내가 남긴 물건들이 아이들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비즈니스북스|2015

by 더 로사 The ROSA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는 막내와 고학년에 접어드는 첫째. '엄청 컸구나'를 느낀 것도 잠시,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되었다. 거기에 아빠 휴가까지 겹치는 바람에 우리 네 식구는 모두 집 안에 모이게 되었다. 다 같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단순히 식구들의 밥을 차려야 한단 생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욱 복잡한 게 있었다. 바로 '어수선함.' 집 안 물건들이 이때다 싶게 모두 가출을 했다. 아빠의 커피를 담았던 종이컵들은 식탁에, 소파옆에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아이들의 책과 연필, 공책 등 필기류들도 여기저기 흩어졌다. 입고 난 뒤 벗어둔 옷들은 빨래통이 넘치도록 계속 불어나고 있었다. 이럴 땐 현실에서 도망쳐야 한다. 도망치는 방법은 두 가지. 깊은 잠에 빠져들거나 책을 읽는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펼쳤다. 지금 이 상황에 이 책이 맞나 싶었다. 버리는 걸 잘 못하기도 하고, 시간이 없단 핑계로 단순과는 먼 삶을 사는 나였다. 지금 상황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책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함께 독서모임을 했던 언니가 독서모임을 운영하게 되면서 선택된 책이 아니었다면 혼자 이 책을 꺼내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단순함과 미니멀. 좋은 건 알지만 아이 둘을 키우며 지키기엔 너무 먼 이야기였다. 읽으면서 든 생각은 '결혼 전에 이렇게 살아볼걸.' 또는 '아이들 다 커서 독립하면 이렇게 할 수 있으려나?'였다. 그런데 시선을 멈추게 한 대목이 있었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해 보라. 자신의 물건이 남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과연 그 상황이 기쁠까? 남아 있는 사람이 내 물건 때문에 곤혹스럽지 않고 생기 있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하지 않을까?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비즈니스북스|2015)


아이를 키우며 제일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죽음'이라고 답할 수 있다. 그만큼 아이들이 한없이 약하고 작게 느껴진다. 아직 엄마로서 아이들의 독립을 인정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나와 신랑이 없다는 생각은 상상도 하기 싫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만약 내가 죽게 되면 어쩌지? 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슬퍼하겠지. 며칠, 몇 달, 몇 년 동안 계속 슬퍼하겠지. 하지만, 산 사람은 산다고. 슬픔이 옅어진 다음엔 어떨까? 쓸모없어진 내 짐들 때문에 온전히 슬픔에 잠기지 못하진 않을까? 남겨진 짐들을 정리하면서 슬픔을 잊은 채 흉을 보는 건 아닐까? 물욕이 있었다고, 버리는 걸 못했다고, 왜 이런 걸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옷장 문을 열어본다. 살 빼며 입겠다고 버리지 못한 결혼 전 옷들. 새로 샀지만 마음에 안 들어 입지 않는 옷들이 어느새 옷장 속에 가득 차있다. 내일은 큰 봉지를 하나 가져다가 옷장을 가득 채운 옷들을 정리해 봐야겠다. 죽음을 막을 순 없지만 죽음 뒤에 찾아오는 곤란한 일들은 최소한으로 남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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