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코치가 아니라 페이스메이커다

『아들 엄마의 말 연습』 |윤지영 (지은이)|북라이프|2024

by 더 로사 The ROSA

'아침엔 무조건 운동을 한다. 운동만 하면 아무거나 해도 된다. 그 정도로 매일 운동을 하고 시작한다.'

전지현 씨가 인터뷰 중 한 말이다. 이 말을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중요한 일을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드라마 『북극성』에서 전지현이 맡은 서문주가 아침마다 달렸을 때 친숙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마다 달리는 그녀를 두 남자는 각기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보호해 준다.

평화를 꿈꾸었던 차기 대선 후보 남편 장준익은 경호원을 고용해 그녀를 보호했다.

국적도 신분도 알 수 없는 특수 요원 백산호는 그녀와 함께 달리며 그녀를 보호했다.


어떤 방식이 옳다, 잘못됐다를 말할 순 없다. 각자의 역할과 입장이 다르니.

두 남자 모두 그녀를 사랑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지켜줬다. 드라마를 보며 난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들을 키우며 매일 소리치고, 부정적인 언어들을 내뿜는 날들이 많았다. '이러다 애를 망치겠다'싶은 마음이 들었다. 급하게 아들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을 찾았다. 『아들 엄마의 말 연습』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으며 아들은 지극히 남성적인 성향을 가진 남자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적용하면 좋을 방법들은 바로 적용해 보았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카운터 세기였다.


'밥 먹은 접시 싱크대에 갖다 놓는다. 하나, 둘...'


숫자 세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접시를 싱크대에 갖다 놓았다. 숫자 세기로 질서를 잡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유튜브 영상도 아들 관련 육아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엔 게임을 그만두게 된 엄마의 행동이란 영상을 보았다. 남자아이들만 가르치는 미술학원 원장님이 운영하는 채널이었다. 자신의 어렸을 적 경험을 녹여 남자아이들의 성향과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채널인지라 아이를 키우는데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엄마가 어떻게 했길래 게임을 끊게 됐을까? 싶은 궁금증에 영상을 보게 되었다. 원장님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와 시작된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한창 몰두하고 있을 때, 엄마가 밥을 먹으라고 했다. '이것만 하고'란 소리에 어머니가 화가 나셨고, 컴퓨터 전원을 뽑으셨다.


아마 어머니는 최면에 걸린 것처럼 컴퓨터가 꺼지면 '내가 왜 그랬지? 죄송해요. 밥 먹을게요.'란 소리를 듣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기엔 너무 어렸다.


한창 잘 키운 캐릭터가 엄마로 인해 아이템을 사방에 던진 채 죽는 상황이 되자 원장님은 말문을 닫아버렸다. 엄마를 피해 새벽 일찍 집을 나갔다 저녁 늦게 돌아왔다. 집에 일찍 온 어느 날 엄마가 집에 계셨다.


반항기 가득한 아들은 보란 듯이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엄마는 직접적으로 화를 내진 못한 채 원장님 주변을 맴돌았다. 등 뒤로 따가운 눈총이 느끼며 게임을 계속했다. 드디어 참을성이 인내의 바닥을 보이며 잔소리가 시작되려던 그때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엄마도 해볼래?'


엄마의 대답과 상관없이 원장님은 화장실을 핑계로 게임 방법을 알려준 채 자리를 떴다 한다. 반신반의하며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놀랍게도 엄마가 게임을 하고 계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엄마는 적극적으로 아들의 게임 세계에 빠져들었다. 아들이 학교 갔다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나기 무섭게 나타나 새로운 아이템에 대해 물었다.

"오늘 보라색 칼을 주웠어. 이게 뭐야?"

"엄마, 그거 희귀템이야. 장착해서 사용하면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돼."


원장님은 그전까지 엄마와 자신을 딴 세상에 사는 사람으로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한다. 엄마가 드라마를 보듯 나는 게임을 하는 거라고. 엄마의 세상에서 엄마의 생활이 있듯, 나도 나만의 세상과 생활이 있다고. 엄마가 자신과 같은 게임을 하고, 질문을 하며, 얘기를 하자 그때부터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게임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점점 인생의 이야기로 바뀌었고, 그때서야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엄마의 잔소리를 조언으로 듣기 시작했고, 4개월 만에 게임을 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 또한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엄마다. 영상을 본 뒤 아들의 게임을 그 세상을 인정하고 알아보려고 한 적이 있었나?라는 의문에 빠졌다. 결혼 전 게임을 하는 남편을 보며 내가 드라마를 보듯 남편도 남편의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아이도 자신만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생각했다.


아이에게 게임 시간을 정해주고, 시간이 끝나면 바로 끄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억울해하는 아이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핸드폰 사용을 금지한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아빠가 아이들 게임을 같이 하기 시작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바로 끄라는 내 말에 아빠는 아이들 게임 속 상황을 알려주었다.

'이거 한 시간 동안 열심히 키워놓은 건데, 지금 끄면 여태까지 키운 게 다 날아가. 조금만 더 하게 해 줘. 저장하는 단계까지 가야 다음번에 할 때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

'얼마나 더 해야 하는데?'

'한 삼십 분 정도?'

아빠는 이미 아이의 게임 속 세계에 함께 발맞추어 걷고 있었다. 아이가 게임에서 쌓은 아이템과 레벨을 '공부'만큼이나 존중하고 있던 것이다. 아빠의 설명에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한 시간을 운운하며 끄라고 할 때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표정이었다.


책이 아닌 사람을 통해 배운 아빠의 설명은, 내가 배운 어떤 이론보다도 설득력이 있었다.내가 책과 영상에서 배우는 것들을 아빠는 사람을 통해 배운다. 어떤 것이 진정한 공부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아이들을 생각하지 않고, 좋다고 말하는 교육을 쫓아했다. 이런 교육은 어렸을 적 좋은 습관을 만들어줄 수는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부당함과 억울함을 만들어준다. 반대로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생각하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게임에 관한 교육에서도 아빠가 옳았다.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해 주고 키워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사람을 고용해 보호해주고 보고 받을 것인가, 함께 이야기 나누며 어려움과 즐거움을 같이 갈 것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 처음에는 함께 달렸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보호'라는 명목하에 멀리서 지시하는 법을 택하게 된 것 아닐까?


학원이나 선생님이라는 경호원을 보내 아이를 맡기고, 단지 그 결과를 보고받는 장준익 같은 엄마가 되기보다, 상황과 여건이 변하더라도 아이의 보폭에 맞춰 계속해서 함께 달릴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하루 아이와 함께 달렸나? 아니면 멀리서 지시하고 보고를 받았나?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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