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지 않기로 했다, 그 이유는 신용이었다

『혁명의 팡파르』|니시노 아키히로 ,민경욱(역)|㈜소미미디어|2021

by 더 로사 The ROSA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였다. 한참을 망설였다. 예전에 빌려준 돈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또 빌려준다면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 채 이번엔 빌려주지 않기로 했다.


그는 착하고, 똑똑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도 늘 돈이 부족했다. 왜일까.


곰곰이 생각하다 떠오른 단어 하나가 생각났다.

'신용'.


'돈이 없다는 것은 신용이 없다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책을 읽었었는데, 어떤 책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돈 이야기니깐 김승호 회장님 책인가 싶어 『돈의 속성』과 『생각의 비밀』을 다시 뒤졌다. 돈을 인격체처럼 대하라는 이야기, 돈을 존중하고 우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은 있었지만 내가 찾는 문장은 없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뒤졌다. 오기가 발동했다. 결국 AI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제미나이와 GPT를 오가며 물은 결과 책 한 권의 제목이 나왔다.

『혁명의 팡파르』.


머리에 불이 번쩍 들어왔다.

'이 책이었구나!'


기억력에는 참 신기한 부분이 있다.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읽었다'라는 감각은 남아있었다. 책장을 뒤져 책을 찾았다. 내가 찾던 문장을 발견했다.


'돈'이란 신용을 수치화한 것이다. (p.32)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그림책을 성공시킨 일본의 개그맨이자 작가인 니시노 아키히로. 그는 신용이 어떻게 돈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돈을 모으는 데는 신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노인네가 하는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게 아주 중요하다.
그를 위해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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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을 유료로 운영한다. 권위에 도전하거나 정보 프로그램의 방식에 납득하지 못한다는 점을 행동으로 옮기면 이 그룹의 가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신용을 쌓았고, 그 신용은 돈으로 환산됐다.


지인이 생각났다. 그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은 건 그에게 '신용'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전의 약속은 정리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힌 일이 되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의 부탁은 신뢰라기보다는 기대에 가까웠다. 거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돌아봤다. 내 글과 영상은 왜 인지도를 얻지 못하는 것일까? 왜 돈을 벌지 못하지? 이 질문 역시 신용과 연결되고 있었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팬'이라고 한다면 인기 연예인에게는 팬이 있지만 인지 연예인에게는 팬이 없다. 신용이 없기 때문이다.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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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내 영상과 글에 시간과 돈을 기꺼이 내놓을 팬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었다.


책 뒷부분에는 사무실에서 DVD를 내주지 않아 불평하는 후배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DVD 제작 과정을 살펴보다가 유통과정에서 많이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유통을 줄이면 적은 돈으로 DVD를 제작할 수 있고, 제작자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같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었다. '책을 출판하는 일'에서도 말이다.


그는 유통을 통한 '대중용' 출판과 유통을 거치지 않는 '틈새용' 출판 2종류를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크라우드펀딩으로 1,000명의 독자를 발견한 시점에 '틈새용'으로 출판을 한다. 그 뒤 이 책의 실적을 가지고 대형 출판사를 찾아가 '대중용' 책을 낸다.


신용을 바탕으로 대중 시장에 나아가는 방식이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구조는 달라질 수 있었다.


방법을 알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나의 신용 등급을 올리는 것.


목표는 1,000명의 팬을 만드는 것. 그때까지 솔직한 이야기로 브런치와 유튜브를 꾸준히 채울 생각이다. 꾸밈없이 쓰고, 숨기지 않고 말하며, 계속하는 것.


오늘도 나는 진솔한 글 한편으로 나의 신용 등급을 저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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