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김지민 엮음|하이스트|2024
인간이 동식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유전자를 퍼뜨리는 일은 들판에 피어있는 꽃도 하는 일이다. 추위와 배고픔은 동물도 느낀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개념화하며 추리하고 판단하는 일, 즉 '깊고 넓게 생각하는 일'만이 인간에게만 허락된 행위라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사유를 한 시간이 있었나? 바쁜 일상에 치어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보낸 건 아닐까?
글쓰기 강좌에서 강사님이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셨다.
유대인 학살의 실무 총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 그는 수백만 명을 학살로 몰아넣은 괴물이 아니었다. 단지 명령에 따라 성실이 임무를 수행한 '관료'였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사고를 멈춘 평범한 관료가 생각 없이 명령을 따르기만 할 때 얼마나 거대한 악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 역사는 비극으로 증명했다.
비극은 역사로만 끝나지 않는다. 핸드폰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밖에 나가는 것도, 편의점에 가는 것도 어른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억울해서 한마디 하려 하면 '훈육'이라는 이름의 압박을 해댄다. 무거운 공기에 짓눌린 아이들은 입을 닫고 생각을 멈춘다. 핸드폰만 본다. '우리 아이는 착해'라는 말이 사실은 사유를 멈춘 채 내 명령에 복종하는 위험한 아이로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혹은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사유할 권리'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책을 읽고, 공부하며 지식을 쌓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건,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유하지 않는 성실함이 가장 위험한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나는 오늘 다리를 다친 아들 친구 엄마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려다 멈췄다. 늘 먼저 연락하는 나를 되돌아보며 관계의 거리감을 생각해 본 것이다. 아이의 만화책을 중고 거래로 결정한 순간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실리를 택한 선택이었다.
익숙한 나에게서 벗어나 '정말 이게 최선인가?'라고 묻는 찰나의 순간 사유는 시작된다. 그 짧은 멈춤들이 모여 나의 존엄을 만든다고 믿는다. 잠들기 전 아이에게 물어봐야겠다. "너는 오늘 무슨 생각을 했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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