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그릇』|이즈미 마사토 (지은이), 김윤수(역)|다산북스|2015
몇 달 전 여윳돈이 생겼을 때, 신랑에게 비트코인을 사보자고 했다. 얼마 전 반토막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주식을 샀더라면 달랐을까?'
답은 금방 나왔다. 종목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그릇 문제였다. '아직 큰돈을 담을 만큼 내 그릇이 크지 않은 거였다.'
그릇을 얘기하기엔 이 책만큼 좋은 책이 없다. 바로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이다.
"이건 정말 신기한 일인데, 돈은 그만한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 모여든다네. 10억 원의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10억 원, 1억 원의 그릇을 가진 사람에게는 1억 원이 모이게 돼." (p.199)
우연찮게 큰돈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씀씀이가 갑자기 커졌다. 망설임 없이 한우 전문점에 가서 투플러스 등급의 한우를 샀다. 시부모님과 부모님의 고기까지 샀다. 평소라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을 옷도 망설임 없이 샀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다녀왔다. 통장 숫자가 늘어난 만큼 내 가치도 높아졌다는 위험한 착각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이런 생활에 마침표를 찍게 해 준 건 남편이었다.
"우리가 돈이 많은 게 아니야."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서운했다. 내가 돈을 쓴 이유까지 부정당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아파트 대출금과 차 할부금. 아이들 교육비와 노후 자금.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해 놓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혼자 좋자고 쓴 돈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였고, 부모님을 위해서였다. 그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남편에게 서운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밖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생각해 보니 남편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현금을 보며 붙잡고 있던 이성을 놓아버린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그릇은 얼마일까 생각했다. 하루에 수십만 원을 결제하면서도 당연하다 생각했던 건 내 그릇이 100만 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100만 원밖에 안 되는 그릇을 1000만 원, 1억이라고 착각하며 돈을 써댔으니 사방으로 넘쳐흐르는 게 당연했다.
돈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야. (p. 51)
거울에 비친 화려한 겉모습이 내 모습이라며 안심하고 있었다. 사실, 겉모습 뒤에 매달 생활비를 걱정하며 위태롭게 서 있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진정한 내 그릇을 깨닫는다.
이제는 그릇이 작아 넘쳐흘러버린 돈을 아까워하기보다 다시 찾아올 돈을 흔들리거나 조급해하지 않고,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문득 로또에 당첨되지 않은 게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 돈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