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김지민 엮음|하이스트|2024
"무서워. 괴물이 올 것 같아."
초등학교에 입학을 앞둔 둘째가 아빠가 방문을 여는 소리에 몸을 떤다. 아이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학교라는 환경이 거대한 맹수처럼 다가온 모양이다. 쓸데없는 걱정이 너무 많다.
우리는 흔히 이런 걱정을 '쓸데없는 것'이라 치부하며 무시한다. 틀렸다. 이 걱정은 아이가 지극히 '정상적인 생존 본능'을 가졌다는 증거다.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인 우리는 진화를 위해 걱정하고 의심하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인류의 조상 중 낙천적인 이들은 위험한 동물을 만나거나 새로운 독버섯을 먹고 사라졌다. 끝까지 의심하고 두려워한 '프로 걱정러'들이 살아남아 우리에게 유전자를 남겼다. 우리가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건 당신의 뇌가 열심히 일하며 당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필요 이상으로 이 본능을 '잘못된 방향'으로 쓰고 있다는 데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욘 없다.
또한 상상력을 필요 이상으로 좋은 쪽에 발휘할 필요도 없다.
당첨되지도 않는 복권을 생각하며 행복해하는 사람은, 낙첨되는 순간 무너진다.
차라리 불행을 생각해라.
곧 회사에 "내 자리가 없어질지도 몰라"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다른 직장을 알아볼 것이고, 자신의 업무 능력을 올릴 수 있는 자기 계발을 시작할 것이다. 예방책을 세우는 순간, 불안은 동력으로 변한다.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언제든 닥쳐올 불행을 대비해라. '나도 보통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타인의 비난과 사소한 불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가 대단하지 않다는 오만을 버릴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진다.
비바람 치는 세상에서 '보통의 존재인 나의 배'가 침몰하지 않게 평평하게 균형을 잡는 것. 이것이 쇼펜하우어가 말한 진짜 위대함이다.
오늘 밤, 당신을 괴롭히는 걱정을 억지로 끄려고 하지 마라. 대신 불행이 진짜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는 상상을 해라. 그것이 쇼펜하우어가 제안하는, 가장 차갑고 확실한 평온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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