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에 내가 가장 먼저 한 실수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쇼펜하우어 저, 김지민 엮음|하이스트|2024

by 더 로사 The ROSA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남편은 직장으로 돌아가고, 아이들도 가방을 챙겨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현관문이 닫히고 나서야 비로소 집 안이 고요해집니다. 소파에 몸을 기대고 긴 한숨을 내쉽니다.


'아, 이제 좀 살겠다.'


이때다 싶어 휴대전화를 집어듭니다. 육아 동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고생했어"


서로 안부를 물은 뒤 시댁 이야기로, 아이들 이야기로 긴 통화가 이어집니다. 이런저런 비교와 위로 뒤 전화를 끊습니다. 잠시 속은 시원하지만 남은 건 스트레스 해소가 아닌 '하지 말았어야 할' 또 다른 후회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합니다.


누군가를 만나 도움을 구하거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청하고 싶다는 욕망, 그게 아니라면 그냥 다 잊고 같이 술에 취해버리고 싶다는 욕망을 힘껏 인내하고, 묵묵히 침묵 속에서 걷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p.72)


육아 동지들이 다 바쁘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괜히 허전해진 마음을 달래려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잠깐만 걸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걷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습니다.


한겨울의 찬바람이 빰을 스쳤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폐에 스며들었고, 금세 숨이 차올랐습니다. 심장은 조금 빠르게 뛰었습니다. 발걸음이 일정해지자 생각도 조금씩 고르게 정리되었습니다.


누군가를 험담하려던 건 그만큼 누군가 때문에 힘들었다는 신호였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며 조바심 내는 건 그만큼 가진 것이 많아 지키고 싶은 게 많다는 증거였습니다. 신세한탄은 삶에서 나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작은 자존심이었습니다.


걸으면서 생각하다 보면 그나마 가장 명확한 해답이 나오곤 했다. (p.73)


걷다 보니 이상하게 답이 단순해집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된다면 가만히 침묵을 지키는 편이 더 낫고,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는 일은 조금 미뤄도 된다는 것을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애쓰기보다 그냥 나 자신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요.


걸으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시끄러웠던 건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이었다는 것을요.


중요한 일도 아닌데 마음만 급해져 실수를 하고, 괜히 분위기 맞추느라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것도 결국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가만히 혼자 걸으니 그 불안이 어디서 왔는지 조금은 짐작이 됐습니다.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우리 모두 참 애썼습니다.


떠들썩한 수다와 달콤한 디저트도 분명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마음속 소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 보세요.


문밖을 나서는 순간이 내 마음의 심연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일지도 모릅니다.


조용히 걷다 보면 알게 됩니다.

가장 명확한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요.


누군가의 말속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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