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바보 같을까" 굴뚝 속 엄마들을 위한 위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이성과힘|2000-07-10

by 더 로사 The ROSA

오늘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을 본 적 있나요?

피부는 칙칙하고 눈가는 퀭합니다. 다들 평온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육아와 일'이라는 굴뚝을 온몸으로 청소하고 나온 듯한 몰골일까요.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는 유명한 '굴뚝 청소부'의 역설이 등장합니다. 굴뚝을 청소하고 나온 두 소년. 얼굴이 깨끗한 소년과 더러운 소년 중 누가 세수를 하러 가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얼굴이 더러운 소년이 세수를 하러 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러운 얼굴을 본 깨끗한 소년이 세수를 하러 간다는 내용입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이렇습니다. SNS 속 '갓생'사는 엄마들의 깨끗한 얼굴을 보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자책하거나, 나보다 더 힘든 누군가를 보며 위안을 삼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굴뚝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똑같은 굴뚝을 청소했는데, 한 아이만 얼굴이 깨끗하거나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소설 속 난장이 가족은 성실하고 착합니다. 그들은 묵묵히 버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재개발에 밀려 삶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우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는 '민폐'끼치지 않으려 아등바등 애를 쓰고, 집에서는 아이와 남편에게 '정성'을 다하려 노력합니다. 주어진 여건에 묵묵히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스스로 점점 작아지는 존재가 됩니다. 왜 시간이 갈수록 존재감은 작아지고 세상의 요구는 거대해지는 걸까요?


소설은 가난을 미덕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희생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사회 구조가 개인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조가 당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면 '더 열심히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자책 대신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소리쳐야 합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어디로 갔을까요? 하늘 높이 날아가 별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추락했을까요? 소설의 끝은 통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오래도록 서사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작가가 비극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치이는 일상 속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 같다면, 작은 '저항'을 시작해 보세요.


- 알림장이 아닌 나의 감정을 한 줄 적는 것

- 가족의 밥상을 차리기 전, 나를 위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

- '괜찮아'라는 말 대신 '힘들어'라고 솔직하게 선언하는 것


이것이 현대판 난장이인 우리들이 쏘아 올릴 수 있는 '작은 공'들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고통은 사라지지만, 기록된 고통은 '서사'가 되고 '힘'이 됩니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에 좌절하지 마세요. 먼지투성이가 된 손등과 지친 어깨에 당당해지세요.


오늘 밤, 잠들기 전 딱 5분만 물어보세요.

"오늘 내가 나를 위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무엇인가?"


공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공은 날아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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