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삶

by 수 진

우진은 출소 후,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작은 회사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해외여행 부적격자는 서류에서 이미 버려진다.

낮에는 건물 청소업체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 운전을 했다.

우진의 누나는 이런 동생이 너무도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대견했다.

우진은 이제야 알았다.

허황된 꿈을 좇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인지를..


밤낮으로 온몸이 부서져라 일을 했다.

낮에 일하던 건물 청소업체에서

그의 성실함을 알아봐줬다.

팀을 꾸려 한 구역을 맡아서 해보라고 했다.

우진은 다짐했다.

다시는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키워보고자 다짐했다.

하지만

예전 그를 고소하던 그 무리 중,

자신만 빠져있던 한 명이 나타났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이제 와서 그를 다시 고소했다.


우진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주저앉아 발버둥을 쳐봐도 방법이 없었다.

다시 그곳으로 들어갈 수 없다.

다시는 그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

이제 겨우 살아가는 방법을 알았는데

어떻게 다시 그 지옥으로 들어가..


이게 내 몫인 건가..


그날 밤, 우진은 차가운 강바람 속에서

그의 모든 것을 던졌다.


"우진아.. 우진아.. "

우진의 누나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동생을 잡았어야 했지만

이미 모든 것은 끝나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책임감이

삶의 버팀목이었다.

그 책임감은 때로는 무거웠고, 때로는 외로웠으나

그 덕분에 그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렸고

나는 나의 모든 것을 잃었다.

빛이 나에게는 스쳤던 적이 있었던가.

손에 잡힐 듯 잡으려 하면 더 깊은 어둠만이

나를 삼켜버린다.

더 이상 살아 있다는 감각조차 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머물러 있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에 버려졌다.




혼자 남은 경미는

동생의 사진과

그가 남긴 얼마 들어있지 않은 통장을 손에 쥔 채

그가 떠난 한강 다리 위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강물 위로 하얀 눈이 내렸다.

안 그래도 강물이 찬데

거기에 눈까지 덮이니 얼마나 추울까

만질 수도 없는 동생을 허공에서 매만지다

발걸음을 돌렸다.


이세상에 왔다간 흔적조차 남기지않고 가버린 동생

세상을 버릴만큼 나약해서는 아닐것이다

누구보다 살고싶었을 것인데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살고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끝을 선택했을것이다

경미는 자신만큼은 그렇게 믿어주려한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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