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잘하고 계신거 아시죠?"

"불안해하지 마시라고요."

by Rosa Kim

[2022.02.01.]

"김로사 님 잘하고 계시는거 아시죠? 불안해하지 마시라고요."

진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데 커튼 너머로 목소리가 들린다. 이 짧은 말을 꺼내기 위해 수많은 고민과 걱정이 짧을 시간 안에 스쳤을 그녀다. 유난스럽게 예민하고 몸도 멘탈도 유리 같은 환자라 매 순간이 조심스러웠을텐데 그녀의 신중한 성격마저 더해져 늘 고민의 연속이었을 거다.

최근 들어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하고 며칠 동안 지속되어서 EKG를 해봐야 하나, 마지막 검사는 언제 했었나, 귀찮은데 등등의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그녀의 말에 "네?"라고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말을 건네나 했다. 그러다 이어지는 말들을 듣는데 가만히 멈춰졌다. 생각해보건대 잘하고 있다라는 말을 언제 들어봤나 싶었다. 감탄사 말고 정말 잘해서 잘한다라는 칭찬의 의미.


얼마나 여유가 없으면 이벤트 투성이인 요즘 나 스스로 뒤돌아 본다거나 나를 의심하는 등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어진 것들만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했다.

잊을 만하면 넘어지고 주저앉고 입을 꾹 다무는 연약한 멘탈과 몸을 가진 사람인지라 눈물과 함께 한 진료가 제법 된다. 그럴 때마다 늘 듣는 말.

"잘하고 있어요."


햇수로 3년을 보다 보니 그녀는 빈말을 하지 않고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신중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것 즈음은 이제 안다. 그런 그녀의 말이기에 특별했다. 나에게 위로가 되었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며, 나를 의심치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걱정과 염려의 말 대신 항상 저 말을 건네주었다. 이미 눈빛과 손짓으로는 넘치는 걱정과 염려를 하고 있었기에 말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것을 해주었다.


3년 동안 한결같은 그녀의 진솔한 모습은 이기주의 덩어리에 철저히 홀로 사는 삶을 지향하며 필요 없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고 예민함으로 가득 차 있고 낯가림이 아주 심한 나에게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는 것의 흥미로움을 알게 해 주었다. 종알종알 대다 보면 그 주의 재미난 일의 재미는 배가 되었고, 그 주의 안 좋은 일에 대한 감정은 절반으로 줄어있다. 사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고 또 어느 때는 정리까지 해주시니 최고의 리스너다. 그녀와의 대화는 솔직함 그 자체에서 주는 담백함이 공존한다.


위에 열거한 것과 같이 나처럼 유별난 사람이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일주일 189시간 중 2시간 남짓인 시간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그렇게 하고자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강요와 부탁으로도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참 신기한 경험이고 무척 감사한 일이다. 이런 경험을 또 어디에서 할 수 있을까 싶다.

Anyway...감사하다구요...

(오랜만에 끄적이니 마무리를 못하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