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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pr 26. 2023

서울시오페라단 <마술피리> 관람기

2023년 3월 31일 (금)

음악을 전공한 나도 오페라는 쉽게 도전하는 장르는 아니다.

오랫동안 내가 찜해둔 성악가가 있었는데, 그분이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오페라를 하신단다.

그럼 당장 출동해야지!


더군다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라니...

스토리도 익숙하고 유명한 노래들도 많으니... 이번이 제대로 <마술피리>를 볼 수 있는 기회닷!

오랜만에 세 시간이 넘는 공연을 보려니.. 살짝쿵 떨리고..

티켓값도 적은 금액이 아니었고.. 오페라를 보기 위한 준비과정에 돌입했다!


1) 우선 스토리와 등장인물을 익힌다!

검색사이트를 이용하면 왠만한 오페라 스토리는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다. 뭐 내용까지 미리 보고 가야 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오페라 내용들이 참 말도 안 되는 막장 스토리가 많고, 그리고 무엇보다 원어로 노래하지 않는가. 무조건 스토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


2) 오페라를 전체적으로 한번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해서 해외에서 공연된 오페라를 한번 쭉 봤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내 귀를 믿고 (진짜로 믿니?) 그냥 일하면서 책 읽으면서 운동하면서 밥 먹으면서 틀어놨다. 가끔은 다른 영상을 보면서 틀어놓은 적도 있다. 그냥 BGM처럼 틀어놓다가 어? 이런 순간에 영상을 한 번씩 보고, 어떤 내용을 노래하고 있는지 체크해 봤다. 분명 내 귀는 이 음악들을 나중에 기억해 낼 거야.


3) 주요 아리아들은 여러 성악가들이 어떻게 다르게 부르는지 다른 버전으로 여러 번 들어본다!

하지만, 이건 패스해도 된다. 이미 너는 전체적으로 보면서 한번 그 영상 속 인물들의 노랫소리를 들어봤으니, 공연 때 이와 비교해 보면 그 재미도 쏠쏠하다. 원래 클래식은 유명한 걸 또 듣고 또 듣고 하면서 그 섬세한 차이에서의 '미'를 발견하는 것이리라.



이번 서울시 오페라단에서 기획한 <마술피리>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겠지만서도, 개인적으로는 너무 즐거웠다. 즐거웠던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보자면,


하나, 최고의 캐스팅! 내가 관람한 날은 파미나 역에 황수미, 타미노 역에 김건우, 파파게노 역에 김기훈이었다. 이들 위주로 얘기를 해보자면, 정말 최고였다! 파미나는 공주님 그 자체였고, 아리아 하나하나가 정말 보석 같았다. 다만 대사 목소리가 조금 작게 느껴져서 3층에서는 잘 들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미노는 정말 완벽한 왕자님이었다. 애초에 김건우 테너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어보고 싶었다. (그가 나의 찜이었다.) 대사면 대사 노래면 노래, 빠질 것 없는 완벽한 공연이었다. 마지막으로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김기훈! 그는 진실로 '믿보음'(믿고 보는 음악가, 내가 만든 말이다)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유쾌한 파파게노였다.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사.랑.해.요.김.기.훈!


둘째, 엄청난 공을 들인 무대! 살짝 유치하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뭐 그런 점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이 공연에는 정말 어린아이들도 많았다. 내 앞줄 아이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였는데, 세 시간을 넘는 동안 정말 잘 버티고 공연을 보았다. 조금 화려하고 유치해 보이는 무대도 아이들에게는 공연을 주목하게 하는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잘 살린 무대 장치들도 눈을 끌기 충분했다. 다만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은 나는 목이 떨어질 것 같은 높이에 무대가 있어서 살짝 아찔한 경험이었지만, 무대 전체가 보이는 2-3층에서는 정말 멋진 무대를 볼 수 있었을 것 같다.


셋째, 너무나 알차고 귀여운 프로그램 북! 무려 만 오천 원을 주고 산 프로그램북이었지만, 알찬 구성에 깜짝 놀랄 지경. 도움 되는 에세이들도 많았고, 심지어 가름줄은 '마술피리' 모양이었다. 너무 귀여워. 어설픈 화보집 같은 프로그램북보다 훨씬 도움 되고, 두고두고 볼만한 책이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프로그램북까지도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기획자들 너무 고생했을 듯...



공연을 마치고 난 후 옆 사람이 옆에 앉은 아들에게 말했다. 


뮤지컬이랑 많이 다르네. 그래도 볼 만했다. 그치?

사람들이 뮤지컬은 참 쉽게 생각하고, 오페라는 어렵게 생각한다. 물론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나는 각자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음악은 다양하게 경험하면 할수록 그 맛이 살아난다.

오페라는 공연 보는 데에 약간의 노력과 공이 더 들어가긴 하겠지.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그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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