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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사 Apr 19. 2023

논문 쓰기 대작전

수료생은 이제 그만, 나도 졸업하고 싶다

참 공부는 오래 걸린다.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좀 하지.. 나는 대학도 졸업하고 갑자기 대학원 와서 발동이 걸려서는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정말 마지막 논문을 앞두고는 갑자기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그럭저럭 십이 년을 보냈다.

분명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는데... 일을 하기 시작하고는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자는 다짐은 어디로 도망가고, '칼퇴'와 '야근 금지'의 삶을 동경하며 살아왔다. 자고로 공부하는 학생은 야근이라는 개념도 칼퇴라는 개념도 없다. 뭐, 그런 점에서는 공부는 사업이랑 비슷한 거 같다. 끊임없이 고민 또 고민해야 하니깐. 

내가 그럭저럭 일을 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주변에서는 하나둘씩 논문을 끝내고 학자로서의 삶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오랜 세월 동안 '책'도 '논문'도 멀리한 채 그저 멈춰서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 늦기 전에 논문을 쓰고 학위를 마무리하리라! 뭐 대단한 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벌려놓은 일을 마무리하고 싶을 뿐!




오랜만에 공부를 시작하려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째, 눈이 침침해졌다. 나름 눈건강을 자부하던 나였는데, 어느샌가부터 병원에서 진료 다니는 과목이 늘었고, 그중 하나가 '안과'가 되었다. 젊을 때 없었던 난시도 생기고, 결막염도 자주 걸렸으며, 눈이 피곤하고 침침해지고... 이게 나이 들면 생긴다는 근시인가? 다행히 아직 돋보기를 쓰진 않는데... 그전에 빨리 끝내야 하나.


둘째, 신문물이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그저 논문을 프린트해서 한 글자 한 글자 보곤 했는데, 이제는 아이패드에 pdf 파일로 담아서 굿노트로 열어서 보던가, 노션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참고문헌을 정리하고 논문도 저자별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종이로 하나하나 보던 습관을 모니터로 옮기려니 너무 답답하고 집중이 잘 안 되는데,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바꾸기 시작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 중이다. 그럼에도 다행인 건 내가 이런 신물물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인데, 문제는 여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그래서 공부는 언제 할 거냐고!


셋째, 집중력이 떨어진다. 예전에는 하나 시작하면 몇 시간은 너끈히 앉아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좋았던 거 같은데, 요즘엔 중간중간 일도 하다가 전화도 받다가 하다 보니 계속 딴짓을 하고... 그러다 보니 읽던 게 뭐였는지 기억이 없다. 중간에 책상도 한 번씩 닦고 괜히 정리도 하다가. 뭐 이건 옛날부터 있던 병인 거 같긴 하지만... 


나이 들면 '모여서 아픈 얘기 하다가 헤어지면 약 먹는다'더니.. 여기저기 쑤시고 욱신거린다. 몇 시간 앉아있었다고 그새 허리가 아프더라. 그럼에도 논문은 왠지 내 남은 멍에 같아서... 그거는 해결해내고 싶다.


은퇴하신 아버지는 팔순이 넘은 지금도 한두 시간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를 공부하시면서 시간을 보내시는데,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며 은퇴생활을 즐기고 계신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한 소리를 덧붙이신다. 


으이그.. 내가 자식 공부 안 시키고, 신랑 공부 시켰으면 교수를 만드는 건데...


교수님까지는 못되더라도 나도 아버지처럼 공부하며 사는 은퇴 생활을 보내고 싶은데...

예전에는 생각이 많은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많은 내가 지겹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뚝딱! 그냥~ 해버리고 싶다. 지금도 이렇게 아무 생각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생각하지 말고 어서 아이패드 잡고 논문 하나 뚝딱 읽으라고! 걍 지금 해! 아무 생각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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