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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7. 2022

7일째 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멀다

오늘 진료 면담을 세시에 했고 그때만 해도 루퍼트는 매우 상태가 좋아졌고 안정적이며 퇴원하기까지는 약 일주일 정도 걸릴 거라고 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던 호언장담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듯, 그 몇 시간 만에 루퍼트는 다시 상태가 악화되었다.


어제와 오늘, 정말 일주일 만에 나도 마음이 놓였고, 루퍼트가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지옥 같았던 나날들이 이제는 아주 먼 과거처럼 느껴졌었다. 사람 마음이 이리도 간사하다니. 어제의 불행이 마치 꿈이었을까... 그럼 그것은 악몽이었겠지. 그렇다면 난 악몽에서 깼다고  착각한 것이다. 요 며칠 잘 챙겨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잘 못 자서, 오늘은 푹 쉬려고 했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과일도 샀고, 식재료도 사서 밥을 해 먹고 와인도 마셨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있는 도중, 갑자기 동물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루퍼트가 위독하다고. 나는 머리를 감던 것을 멈추고 정말 말리지도 않고 모자만 쓰고 병원으로 달렸다.

도착하니 선생님은 내게 루퍼트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이뇨제가 아니라 강심제와 혈관 확장 약을 줄여서, 다시 폐에 물이 찬 것이라고 했다. 신장 수치는 너무 많이 올랐고, 보통 이런 응급 약물을 며칠 이상 투여하는 것은... 이 약 없이는 못 산다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아이가 너무 늙었고, 신장도 약해졌고, 하여 약물치료를 얼마나 견뎌낼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내 머리에 망치라도 두들기는 걸까. 꽝꽝 꽝.  동시에 심장이 내려앉고 또 눈물은 쏟아졌다.

루퍼트의 심장 만만치 않게 내 심장에도 데미지가 크다. 내 심장은 누가 살려주니?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상태가 좋아진 루퍼트의 이야기를 들은 후, 잠시 녀석의 생각을 조금 멈추고 다른 생각들을 하기 시작해서 녀석이 심술을 부리고 있다는 것.

자기 아픈데, 다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24시간 생각해 주면 안 되겠냐, 이런 것 같다. 평소에 녀석은 보복심도 강하고 질투도 많아서, 내가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바로 복수를 해버리니까.


아니면 내가, 마음이 느슨해져서, 또 나를 서운 하게 한 사람들이 밉다는 생각을 해서, 삐뚠마음 가지지 말라고 하는 걸까?

마음 너그럽게 가지라는 너의 의도일까?

그래, 그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나는 남을 사랑하고 미워하지 않을게. 나를 힘들게 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솔직히 사랑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그들을 미워하지 않을게.


그리고 네가 좋아져서 마음의 여유가 생가니까 바로 작업 구상하고 한 게 마음에 안 들었어?

너 오면 작업 안 할 거야...

네 눈만 본다고 했잖아.



나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하니?

내 마음은 정말 문드러졌어

그만 아프고 나와 함께 있어줘. 그게 내 약이야.


네가 퇴원하면 편히 있을 공간 오늘 마련해 놨어. 숨쉬기 편하게 방에다가 거실의 화분들도 옳겨놨고, 산소방도 가져다 두었어.

그곳에서 머물면서 좀 더 나와 함께 있어줘.


오늘 아픈 거, 잠시 네가 그냥 약해져서, 일시적인 거라고 믿을 거야.

넌 오늘도 이겨낼 수 있어.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야 오늘도 함께 하자.

내가 지켜줄게.


그래, 네가 원한다면 나 정말 네 생각만 하고 살게. 그런데 나 지금 너무 힘들어... 나올 눈물도 없어.


이번엔 네가 날 좀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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