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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6. 2022

6일 째 아침

새벽에 혹시 또 전화가 걸려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자지 못했다. 눈을 붙이고 있다가 이내 깨다를 반복했다. 잠을 청할 수 없어 웹툰을 좀 읽다가, 시집을 읽다가, 멍때다가 시간을 보냈다.


꿈에서 루퍼트를 보았는데, 루퍼트의 치료실이 현실 속 최첨단 장비와 깔끔한 곳에서 있는게 아니라, 동네 수퍼같은 곳 현관 앞에 방치 되어있눈 듯 한 장면이었다. 물론 루퍼트는 안전해 보였지만서도.

혹시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병원과 의사진들을 불신하는 걸까? 그들을 믿는다면 사실 불안해 하지도 않을 것이다. 어제 충분히 자신들이 잘 돌볼테니 믿고 맡겨달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손까지 붙들고 잘 부탁한다고 했다. 오늘 면담은 오후 세시인데, 그 때까지 아무 일 없으면 그때 만나는걸로 하자고 했다. 아무일이 없으면 오후 3시 까진 아무 연락을 안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이 만약 생긴다면, 3시보다 더 일찍 만나는거다.

불안에 떨지 말고 있으라는 이야기다. 믿어달라는 이야기다.

하기사 내가 루퍼트의 상태가 궁금하여 전화한다 한들, 상황이 바뀔리도 없다. 그렇게 까지 이야기를 했으니, 나는 면담시간까지 연락을 하려하지 않는다. 한번 도박하듯, 그래 한번 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은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믿어보겠다. 따라서 난 병원에 먼저 연락하지 않겠다.


루퍼트가 새 치료방식을 잘 받아들이고 집으로 올 것이다. 어젠 내가 만든 이유식도 먹었을 것이고, 호흡도 안정적이게 되었을 것이다. 폐에 물도 많이 빠졌을것이다.


무엇을 믿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 마음을 믿는 일이기 때문이다.

믿음은 중력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그 중력은 결국 내 마음에 있다.

대상에 대한 무조건 적인 믿음을 갖는 것, 나는 그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배우는 중이다. 말로만 나와 루퍼트는 해낼수 있다고 믿는 것, 사랑을 믿는 것, 의사와 병원을 믿는것을 말 할 것이 아니라 그 중력을 내 안에서 생성시켜 좀 믿어보란 말이다.


나는 이제 눈 좀 붙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검사결과를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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