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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5. 2022

마지막 고비이길

정월대보름의 달. 루퍼트의 건강을 빌고 또 빌었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나도 루퍼트도 모두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루퍼트가 밥을 안먹는 것이 아니라, 사료 알맹이를 마시듯이 그냥 삼키는 습관 때문에 아마 부담이 가서 못먹는 것일수도 있어 죽을 만들어 주었다. 마치 아기들 먹는 이유식 처럼 말이다. 평소 좋아하는 양배추, 무, 배추, 당근, 감자, 계란 흰자를 넣고 끓인다음 믹서기에 돌려 만든 것. 그거라도 먹으면 힘이 나겠지. 삼킬 힘이 없으면 마실수 있게 물에 타달라고 부탁하고 왔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호흡수가 많이 줄기는 했으나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고 아까 낮에 설명했던 것 처럼 이뇨제를 줄이면 바로 폐에 물이 찰 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언제든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응급상황이 오면 새벽에 또 연락을 할 것이니 그때 병원에 오면 된다고.

나는 무조건 가서 앉아있을테니 전화를 바로 달라고 했다.

그리고  보이지 힘을 믿는 사람이다. 직업도 예술인이라 더더욱 그러한데,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 상황이 응급이니 만큼, 여기 앉아서 기도나   있게 해달라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선생님은 알겠다고 했고 나는 선생님 손을 잡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마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고 웃겼을지도 모른다.   진지한데 코믹한 케릭터라... 여튼 오늘 정월대보름이고, 나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테니 선생님은 우리 강아지  보살펴 달라고 하고 왔다.


무소식은 희소식이니 오늘 새벽에 전화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밤 하늘에 보이는 진주알같은 달덩어리. 한 걸음 걷다 멈추고 또 하늘을 바라보고 그걸 몇 번이나 했을까.


덕분인진 몰라도 이제는 내 안에서 이상한 형태의 곧고 단단한 형체의 것이 만져진다. 그것이 믿음인걸까? 우리 루퍼트는 지금 치료를 잘 견디고 있는 것이고, 차도가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모든 정성과 노력이 루퍼트에 가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의 메세지를 전달받은 나는 그 에너지를 루퍼트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보이지 않는 힘이겠지.

그 크기를 가늠하기엔 규모가 꽤 큰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야.


루퍼트 너는 복받은 강아지야. 너 하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쓰고 있어. 너는 축복받은 아이야. 이겨내야해. 포기하면 안되.


그리고 나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하나님을 불렀다.

이번엔 들어주었을거라 믿는다.

나는 믿는 마음을 이젠 알기 때문이다...



하나님.

중학생 때 이후 당신을 믿지 않기로 했지만 오늘 다시 당신을 만나봅니다.

나는 그동안 불교랑 도교, 타로공부도 하고 사주도 공부했지요. 당신이 들어주지 않는 기도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네요. 물론 여전히 뭐가 정답인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젠 사랑과 믿음이 뭔진 알 것 같아요.


여튼, 곧 내 대운이 바뀌어서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해 진다네요. 저는 사실 그거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저도 인간이라 한번은 유명해져서 돈 잘버는 아티스트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거 안바래요. 안유명해져도 되고  많이 안벌어도 되요. 다음 대운의   그냥 가져가시고 우리 강아지나  살려주세요...


저렇게 보내기엔 아직 이르고 쟤는 착한아이잖아요. 왜 저런 고통을 주시나요.

저 고통을 저의 성공과 바꿀게요.

저 평생 그냥 무명으로 살게요.

저 굶어죽진 않잖아요 그래서 돈 많이 없어도 되요. 이대로 그냥 욕심 안내고 살게요.

그러니까 루퍼트 살려주세요. 그렇게 매정한 분 아니잖아요...


저 이제 삶을 포기하려고도 하지 않을게요.

죽고싶다는 생각도 안할게요 그냥 살아볼게요.

우울해 하지도 않을게요.

그저 사랑을 믿고 믿음을 믿어서 그거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할게요.

그게 당신의 뜻이라면 내가 전할게요.

교회 나갈 일은 없겠지만 다른 방식으로 당신의 뜻을 전할테니 그러니까 우리 강아지 제발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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