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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5. 2022

입원 5일째

어느덧 루루가 입원한 지 5일이 지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내 간절함이 그래도 통하는지 루퍼트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어제 밤엔 비가 내렸는데 날이 침침하여 괜시리 불길한 마음도 들었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오늘 내리는 비는 봄비이며 생명을 소생시키는 단비니까 루퍼트는 무사할 것이라고 말 해주었다.

그래, 봄비는 꽃을 피우게 하고 온 세상을 초록으로 물들게도 하지 않던가. 시들어가거나 잠시 쉬는 만물에 한방울 생명의 물을 적셔주고 싹을 트게 하는 봄비.


네가 병원에서 봄비를 맞진 않겠지만 네 아픔에 이 비가 내려 네 병이 치유되었으면.


루퍼트가 아프다니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게 연락을 주었다.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하지만 기도밖에 할 수 없다며,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면 다 좋아질 것이니 기도를 온 마음을 다해 하겠다며 위로해 주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데 말이다. 마음을 써서 이렇게 전달해 주면 그 에너지가 배로 커지는 이상한 마법같은 마음효과만큼 지금 더 필요한게 무엇이란 말인가.


덕분인지 몰라도 어제 밤엔 루퍼트가 상태가 완화되거나 하진 않았지만(어제 그 상태 그대로) 더 나빠지진 않아, 응급상황은 모면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새벽에 전화가 올까봐, 두려운 마음에 또 3시부터 7시까지 뜬눈으로 지새웠다.

결국 잠은 한시간 조금 잔 것 같다.

잠이 올리가 없지 않나. 행여나 안좋은 꿈이라도 꾸면 안되는데...


아침 9시가 되자마자 이틀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루퍼트를 위해 평소 좋아하는 계란흰자를 으깨서 사료랑 같이 들고 병원엘 찾아갔다. 새벽근무 하시는 선생님은 루퍼트를 잠시 면회 시켜주었는데 오늘은 루퍼트도 나를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나를 봐도 흥분하지 않았다. 그냥 쳐다만 보았다. 졸리고 피곤해서 그런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까 문 틈으로 몰래 봤을 땐 좀 눈이 말똥말똥 했었는데. 나를 보니 울상을 짓는것이다. 자기 아픈거 알아달라는 것 처럼.



너 아픈거 여기서 모르는 사람 나와보라그래. 넌 중환자야.

거기가 제일 안전하니까 거기서 아픈거 다 낫구 나와.

여기 선생님들 믿어. 나도 믿어줘. 우리 같이 집에 갈거야.


그리고 노래를 불러주었지.


"루방이는 귀엽고 깜찍하고 멋있어 우리집의 멋쟁이 우리집의 강아지."


평소 박수를 쳐주면 좋아해서, 박수를 쳐가면서 불러줘야 사기가 진정으로 올라갈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나를 보아도 흥분하지 않는 것은 아쩌면 자신도 아프다는 것을 알고 어서 낫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일수도 있다. 병원이 집보다 더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을 아는 거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가져다 준 계란흰자와 평소 먹던 사료는 먹지 않았다고.

하긴, 숨쉬기가 힘든데 밥이 넘어갈까.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할텐데

그래야 힘내서 병마와 싸우지.

기운이 없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고 몸 안에 수분이 빠져서 마른 혀로 입을 다시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이따 의사와 면담이 있는데, 좋은 소식이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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