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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7. 2022

다시 원점으로

나는 꽤나 부정적인 사람이다. 의심가득하고 어두운 사람이다. 이 상황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어떤 생각을 멈추어야 하는지도 안다.


루퍼트가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사실 최선이긴 하다. 지금으로선 그러하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그게 마치 부질없는 욕망같아서.


또 루퍼트가 힘들어하기에 어쩌면 정말 이별이 코 앞에 온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도 최선일지도 모른다. 고통을 감당하는 루퍼트의 모습이 너무 마음아팠기 때문에.

밥을 며칠동안 먹지 못해서 기력도 없고, 체온은 떨어져있다... 숨을 잘 쉬지도 못 할 뿐더러.


간혹 이런 아이들 중에서 살아남은 애들이 있었느냐 나는 물었다.

그러자 선생님은 매우 희박하게는 있었다고 대답했다.


오늘 다시 처음부터 시도했던 치료를 할 거고, 다음 단계로 내려갈 때 또 이런 증세가 있다면 그 땐 정말 손 쓸 방법이 없다는 말을 했다.

나는 왜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 안했느냐 물었다.

그것은 처음엔 사실 치료 가능성이 있긴 했지만 안좋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고 또 말은 일단 해 두어야 맞는거기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치료를 했는데도 같은 증상이 반복되서 할수있는게 더이상 무엇이 있을지... 그래서 안좋은 말을 하는게 죄스럽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 라고 했다.

눈물이 흘러나오는데, 나는 너무 울어서 나올 눈물이 더 있을까 싶었지만 또 울게되니 나오더라.


면회를 선생님 퇴근 전 까지 시켜준다고 해서 오늘의 마지막 면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이번 면회는 루루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했다. 루루가 자고 있을 때 몰래 가서 말이다.

나는 '우리 예쁜 강아지 귀엽고 깜찍해' 노래를 또 불러주었다. 물론 루루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고.


계속 내가 말을 거니, 내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입원실에서 나와야 했고, 선생님은 추워서 벌벌 떨고 있는 강아지에게 담요를 덮어주더라.

문 틈으로 멀리서 루퍼트를 바라보았는데, 나를 찾는 듯 했다. 문 틈에 나를 보았다면 제발 그러길 바라는데, 나를 보았으니 조금은 힘을 냈기를.


오늘 밤이 또 다른 고비라니,

이제는 네게 더 버텨달라는 말 조차도 미안하더라.

하지만 우리가 함께이고 싶은 마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잖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우리 둘 다 힘드니까... 좀 더 용기를 내보자 루퍼트.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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