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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22. 2022

11번째 날 이른 아침

어젯밤 면회 이후, 새벽에 언제든지 안 좋아져 또 응급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일찍 눈을 붙이고, 새벽 두 시 즈음 일어나 여태까지 깨어있는 상태다.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은 희소식이다. 하지만 혹여나 응급상황을 놓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만일을 대비해서 깨어 있는 것이다.


루퍼트는 내가 마음 아파하면 그것 때문에 속상해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마음은 정말 파서 감출 수가 없다. 일단 루퍼트가 장기 입원 상태라 우울해 보이고, 기력이 없어 보여 상황을  비참하게 한다.  번째로 나는 루퍼트를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반대로 녀석을 보낼 준비도 해야 한다. 희망을 놓아서도 가져서도 안되는 - 이게 나를 가장 힘들게 한다.


어느덧 새벽 다섯 시를 향해가는구나. 바뀐 치료법으로 아직은 잘 견디고 있는 모양이지. 도대체 너희들은 왜 스마트폰을 사용 못해서 이럴 때 페이스 타임 같은 것도 못하는 거냐.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나는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알람 창이 뜰 때마다 가슴이 철렁 인다. 전화가 오는 것일까 봐서...



사람들이 내게 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나도 감당이 안될 것 같아 두렵다.

일단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각했고, 현금을 확보해 두었다. 카드값을 값으려면 현금이 있어야 하므로.

나는 보기엔 돈을 많이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천 원 이천 원 아껴가며 안 먹고 안 입으며 살아간다. 돈을 벌지 못하여 과소비를 안 하는 것보다는, 그냥 절약이 몸에 배어있다.


나는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도 돈 아까워서 못하는 사람이다. 편의점에서 물 한병 사는 것도 아까워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커피나 차는 외출 할 때 집에서 챙겨 나온다. 사람들을 만날 때가 아니면 그렇게 한다.


외식은 할 땐 근사한 곳에서 멋진 식사를 한다. 그러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다.

하지만 먹어봤자 2만원 짜리 식사다.

한 끼에 8000원, 4000원짜리 식사는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그게 따지고 보면 돈을 더 많이 쓰게 되더라.

장을 봐도 일주일에 3~4만 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식료품을 산다. 어떤 때는 만원어치만 동네 수퍼에서 장을 본다. 요즘 물가가 비싼 편이라 공산품은 거의 사지 않고, 산다고 해도 조리해야 하는 면, 떡볶이 떡 같은 것과 제철 채소 위주로 구입한다. 편의점은 비싸서 가지 않는다.


대신 나는 맛있는 것을 좋아해서, 정성을 다해 요리를 하고, 조리법도 다양하게 하여 맛있고 화려하게 챙겨 먹는다.

자동적으로 요리 솜씨도 좋아져서 여러모로 나한텐 이득 아닌가.


루퍼트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 시점부터는, 의류 구매를 거의 하지 않았다. 원래도 옷을 잘 사지는 않지만 지금 입고 있는 코트며 바지 신발 모두 10년이 다 되어간다.


화장품은 바디와 얼굴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크림을 쓴다. 아니면 세일할 때 저렴하게 산다던지.


이렇게 아껴서 살다 보니,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궁상맞아 보이진 않지만 말이다. 그래도 화려한 옷도 입고 싶고 멋진 카페도 가고 싶지만 통장에 돈이 남아 있는 편이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줘서 선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틀리게 살아온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루퍼트가 아플 때 이렇게 도울 수 있어 무엇보다 기분이 좋다. 물론 가진 것이 부족하고 빠듯하겠지만...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말이다. 빚을 내서라도 해결 해야 하는 거니까.

물론 그것은 상대가 루퍼트니까 가능한 거고.


그러니 루루야,

우리 좀 더 힘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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