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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Jun 16. 2021

기억 조각 모음 5

벌써 여름입니다. 바람 부는 초여름 밤, 괜히 마음이 설렙니다. 마지막 여행지였던 하와이도 생각나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괌도 생각납니다. 오늘따라 너무 떠나고 싶습니다.


과거 여행지를 오늘 다시 찾고 싶은 것은 좀 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사진도 많이 찍어올걸, 하는 후회 때문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갈 수 없었다는 것을 그땐 몰랐지요.  

당시 여행을 다닐 땐 주로 혼자 다녔는데, 정말이지 너무 재미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앉아 술만 마시곤 했지요. 만약 다시 가게 된다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고 싶네요. 정말이지 즐겁게 놀다 오고 싶어요.



, 잡생각이 들어서 이것저것들을 마음의 서랍속에서 꺼내보겠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강아지랑 산책을 하며 생각해 보니 나는 한국에 거의 붙어 있던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에 길어봤자  , 그리고 어디론가 다시 떠나버렸지요. 그걸   동안 반복해왔지요.  틈도 없었고 머물 곳도 없었던 그때  마음이 오늘 괜히 떠오릅니다.  그토록 나는 모든 것을 등지고 떠나고 싶었을까요.

석양이 지는 괌.


돌아올 곳이 있어야 '여행'이라는 말을 쓰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만일 돌아올 곳이 없다면, 떠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하와이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 이유는 간단합니다. 떠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으니까요. 나의 문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문제가 부딪히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켰죠. 사실 살면서 나를 괴롭혔던 것은 일도 아니고 돈도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내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도, 괴로운 기억을 주는 것도,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것도 모두 사람입니다. 그것도 다 내 주변 사람이죠.


사람이 미워 떠났지만 어딜 가든 사람이 있는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혼자 지내면 그만이고 사람은 안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결국 나는 얼마나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가 이상해서이며, 이상한 상황을 피하지 못하는 내 잘못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 거죠.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것은 베풀기만 하고 바보같이 이용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나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보호할 줄 알면서, 타인에게 감정적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에서.

돌이켜 보면 볼수록 현실을 도피할 수 있었다는 기회가 내게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음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내게 주어진 것들은 분에 찰 정도로 많고, 나를 아껴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다지 내가 불행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도.

나는 단지 그 소중함을 몰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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