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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Aug 28. 2021

20년 전 신촌에선 블루스가 울렸었지

오늘의 일기

2000년도 초반에는 인터넷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경로는 좁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이야 유튜브가 있어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손쉽게 볼 수 있지만.


그 시대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었다. '음악감상실'이라고 하는. 좋아하는 노래를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과 함께 마음껏 틀어주는 음악감상실은 사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오아시스 같은 곳이었다. 그런 공간은 신촌에 많았고 그래서 친구들과 모이는 날엔 무조건 신촌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뭘 안다고 어린 나이에 블루스 듣는다고 가서 그러고 있었는지.


음감실 음악이 지루해지고 시켰던 음료가 바닥이 나면 근방인 홍대 놀이터 부근으로 가서 놀기도 했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구나.


그 이후에도 홍대는 자주 갔지만 이상하게 신촌은 발이 닿지 않았다. 안 갈 이유는 딱히 없었지만 갈 이유도 없었기 때문일까.


불현듯 어제 친한 동료가 연극을 보자며 초대하길래 어디서 하느냐 물었더니 신촌이랜다. 거의 20년 동안 발길을 끊은 동네에 이렇게 다시 가게 될 줄은.

그렇게 오랜만에 찾은 동네엔 대만 음식점이 많았고, 커피숍이 많았다. 그 많던 피어싱 가게랑 비디오방은 어디로 갔나? 하며 샤오롱빠오 한입 먹어보고.


연극이 시작하기 전의 무대를 바라보다가, 이 연극은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전달될까 궁금해하다가.


한 시간 만에 알게 되었지, 연애는 안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사는 게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구나!


그렇지! 나도 나와 연애할 때가 가장 행복한걸. 사실 연애라는 감정은 다 허상일 뿐이야. 그것도 미디어가 만들어낸.


나를 제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줄 아는데 말이지,

나를 사랑할 줄도 모르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을 사랑하면 그 뒤엔 공허감만 찾아올 것을.


그런 연극을 보고 20년전 신촌에서 자주 들었던 Stevie Ray Vaughan 이 연주한 The sky is crying을 들으면서 걷고 걷다가 사진 몇 방 찍고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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