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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Aug 13. 2021

8월 12일, 입추가 지난 밤


하늘과 땅 사이에 습기가 퍼져있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오늘 저녁엔 비가 오겠구나 어쩐지 확신이 들던 차 창밖에서 소리가 후드드득 났다. 저렇게 매섭게 회초리 갈기듯 빗줄기가 땅을 내리치더라.

이 여름에 외출할 용기는 없었다. 아침부터 낮까지 푹푹 쪄서 밤 되면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또 열대야가 찾아왔고 그나마 작년에 비해 비는 적었다만, 후덥지근한 건 매한가지였다. 내 피부에 필름 한 겹 씌운듯한 불쾌함이라니, 나는 분명 여름을 가장 좋아했는데 말이다.

또 어디 사막지방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내가 사는 서울은 더 이상 이전 서울이 아니게 되었네. 여기는 어디일까요? 21세기 중후반에는 한반도의 반이 잠긴다는 말이 그저 예상에 불과한 것 같지 않네요.


그렇게 정신없이 더운 계절을 보내다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절기는 역시 속일 수가 없는 건가, 오늘 그렇게 비가 오더니 제법 밤이 쌀쌀하다. 발이 살짝 시려운 그 느낌이 그냥 가을 같았으니

얼마 전만 해도 그렇게 매미가 울어재끼더니 이제 매미는 퇴장했고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이렇게 가을은 찾아오고 있다.



또 얼마 전만 해도 저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도 몰랐는데 꽃이 핀 모양을 보아하니 배롱나무라네.

빗방울에 반짝이는 은하수 맛 별사탕이 주렁주렁. 여름의 끝자락엔 귀뚜라미 귀뚤귀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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