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길에서 발견한 일일초. 꽃잎은 장미꽃잎처럼 얇고 맨들맨들거렸다. 만지진 않고 눈으로만 보다가 카메라로도 보다가 꽃말 검색도 해보았더니 '즐거운 추억'이라!
또 궁금하여 일일화에 대해 읽어보니 당뇨병 치료제로 쓰이고 만일 생으로 복용 시엔 사람과 동물에게 독이 된다는 것이다. 즐거운 추억이 있는 병과 약이라는 건가 참 묘한 꽃이다, 라는 별 생각을 다 하다가.
채송화가 피어있는 아래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채송화 봉선화 코스모스 씨앗을 채집한다고 돌아다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네.
나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식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는 걸 떠나서 서로 교감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식물과 대화한다!라고 하면 믿어줄 사람은 과연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여하튼 봉선화 꽃이 지면 혹 같은 것이 달리는데 그 안에 씨가 있었다. 코스모스 꽃이 지면 그 자리에 까맣고 길다란 게 씨다. 채송화는 씨가 꽃이 지면 있다가 동전지갑 같은데 작고 까만 씨가 가득 들어있는데 때 되면 주머니가 터져서 와르르 씨가 쏟아졌다. 다음 해에 그걸 심는다고 씨를 받아놓고는 까먹고 안 심었던 기억이 난다.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하여 입에 넣고 씹어보기도 했다. 고소할 것 같았는데 아무 맛도 나지 않아서 실망했었다.
그러다가 밤하늘 바라보면 초승달이 떠 있고,
토성이 지구에서 가장 크게 보이던 때였고
다시 그렇게 보려면 몇십 년 후에나 보인다고 해서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싶었고
어렸을 땐 잠을 일찍 자니까 하현달을 못 봐서 너무 슬펐고.
나이 들어서 밤이 돼도 잠을 잘 못 자서 하현달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볼 때마다 하현달은 신비로워.
며칠 후면 하현달을 보겠지. 달이 뜨지 않는 밤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신비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는데 달이 뜨지 않은 밤엔 별이 더 반짝여서 좋았지.
지금은 도시의 빛공해 때문에 별을 좀처럼 볼 순 없지만.
이래저래 슬픈일 뿐이구나!
달과 별과 꽃이 있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는 12시 넘은 늦은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