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잘린송 Sep 27. 2021

하늘보다 바다여행

의식의 흐름대로 떠나는 상상 속 여행.

하늘이 무척이나 파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을 닮은 바다로 빠져들고 싶었다

구름은 부서지는 파도처럼 뽀얗게 거품일 듯 가볍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미온의 물이 기분 좋게 살에 닿은 경험이 몇 번 있으니 다시 떠올리는 거 어렵진 않지 벌써 파도소리마저 들리는군

너무 빠져들어서 허우적대면 어떻게 하지


사실 하늘에 빠지는 것은 우주여행하는 것일 텐데

물에 빠지나 대기권 밖을 통과하나 숨쉬기 곤란한 건 매한가지로군.

바다거북이 날 보면 우매하다 여길지도 몰라.


그러다 몇 걸음 더 움직이면 이내 물에 빠진 것은 백일몽이었고 단지 상상 속이었다는 아쉬움을 느낀다. 동시에 현실로 완전 복귀.

핸드폰을 켜고 오래전 사진들을 들쳐본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었던 열대 식물과 에메랄드빛의 바닷물과 경쾌한 여름 바람 모두 반짝반짝하게 기억 속에.

나는 왜 이렇게 추운 곳에서 태어났나 이리도 열대지방이 그리운데. 고향이었으면 돌아가고 싶다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어난 곳도 아니면서 고향이라 칭하면 너도 욕할 것 아니냐.

그럼에도 나는 감히 고향이라 부르련다. 내가 돌아가고 싶은 곳이니 그냥 고향처럼 다시 돌아갈 곳이라고 해야지.

어차피 따뜻한 곳 몇 달 있다 보면 한국이 또 그리워서 결국엔 애증의 고향땅 밟는 게 이치이긴 하지만.

그저 나는 지금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일일초에서 하현달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