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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Sep 28. 2021

병상일기

요 며칠 아팠다. 딱히 이렇다 아픈데 없이 그냥 기운이 없고 의욕도 없었다. 틈만 나면 누워있었고 잠에 들었으며 입맛도 없어서 식사도 대충 때웠다. 그렇게 한 일주일 정도 앓았고 이제 좀 좋아졌다.

요 몇 달 정말 쉬지 않고 작업만 했다. 하는 거 없이 바쁜 게 아니었고 정말 바빴다. 체력이 좀 더 좋았으면 좋겠다. 24시간 내내 작업만 하고 살고 싶다.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다. 주제를 정하고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되고 사진 한 장 한 장, 사운드 한마디 모두 내 기억 어딘가를 자극시켜 무의식 저 너머에 있는 것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작업할 때 정말 많이 우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다. 항상 내 기억과 그때의 감정과 생각 모두 다시 소환시켜야 하고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는지 검열도 해야 하고 이것이 외부에 보였을 때 어떨 것인지 객관화도 시켜야 하고.

예술은 내 안의 광기와 야생성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사실 그것을 초월하여 열반까진 아니더라도 그 전의 단계에 올라가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게 된 것도 직접 작업을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건드려 보니 결과는 언제나 자아성찰로 이어지더군.


오늘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하고 작업하고 싶다.


그나저나 방금 모기를 한 손에 잡았는데, 확인하려 손을 피자마자 녀석이 달아났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저 모기는 살려야 옳은 것인가? 나는 저 모기로 인해 밤을 지새울게 뻔한데 말이다.

나는 잘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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