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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07. 2022

인연 연습

나는 우리가 정해진 시간을 향해 달려간다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다. 그 시간 속에는 정해진 만남이 있다. 서로에게 정해진 역할을 다 하고, 임무가 완수되는 즉시 그 인연은 종료된다. 억지로 붙들려고 하면 마치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것을 증명하듯, 고통이 수반된다. 그 아픔을 견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과거에만 매달려있다는 것이니까. 오늘 나는 죽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내일 마주할 다른 인연을 맞이해야지. 그러나 새로 맞이할 다른 우주가 나의 우주와 결합된다 해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어쩌면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만 필요했던 나의 일부분이므로, 이제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사라져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 안에서 분노나 슬픔이 동반될 필요도 없고, 아쉬움이 남는 것 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쉬움이라는 허탈하고 텅 빈  공간에 괴로움의 공명이 울려 퍼지더라도, 결국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노래가 되더라. 그것은 어차피 인연이라는 것은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애초부터 관계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고 시작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세상엔 내가 유일한 존재이며 나와 같은 자는 없으므로 다른 누군가가 나와 똑같은 사유를 하며 행동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사실 순진무구한 것이기에. 또 인간의 심리나 그에 기반하여 나오는 행동은 다 거기서 거기이므로, 이상 행동일지언정 예상 범위를 늘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단지 인간적일 뿐 그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것을 어여삐 여길 것인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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