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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잘린송 Feb 13. 2022

오후 진료 소견을 듣고

지쳐서 루퍼트에 대한 이야기를 더이상 하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기록은 남기려고 한다.


오늘 한시 쯤 호흡이 40번 대로 내려갔다는 말을 듣고 조금 안심하고 병원을 나왔다. 아버지는 나에게 갈비탕을 사주시며 너라도 먹어야 루퍼트를 잘 돌본다고 든든히 먹으라고 챙겨주셨다. 눈물 섞인 갈비탕이 짭짤하더라.


네시가 되기 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루루는 아까처럼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했지만 엑스레이 사진 상으로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물이 더 차있고 이정도면 호흡을 못하는 정도일텐데 호흡을 저렇게 하는 거면 ... 마지막 힘을 내는건지...그래도 껄떡껄떡 넘어가는 소리는 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하며 이따 병원에서 자세한 것을 이야기 해 준다며 통화를 마쳤다.


네시가 되기도 전, 무작정 병원엘 갔다. 그저 기다리고 싶은 마음에서. 한 공간에서 얼굴은 못 보지만 함께 하는 듯 한 마음 때문에.


의사는 처음부터 또 다시 설명에 들어갔다. 주치의가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처음 의사, 밤에 응급실 의사, 지금 의사, 루퍼트가 얼마나 낯설었을까. 여튼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폐에 물이 왜 찼는지를 설명하고 이제껏 어떤 조취를 취했고 무엇이 해결되었는지를 알려주었다.

사실 해결된 것이 없이 호흡만 호전된 상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루퍼트는 다 죽어간것이 아니라 내가 보고싶어서였다. 나를 보고 나니, 호흡수가 줄어들지 않았냐.

그러자 의사는 웃었다.

나는 선생님은 집에 동물 없나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인턴시절에 키웠지만 지금은 자신없다 라고 했다.


의학만이 살리진 않는다. 나와 루퍼트 사이에는 연결이 있다고. 난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의사는 이제 의학적인 것을 더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 감정적으로 루퍼트를 자극하는 것은 더 안좋다고. 일단 폐에 찬 물을 빼기 위해 모든 방법을 다 쓸 것이라 했다. 신장은 다행히 수치가 아직은 좋아서, 아마 신장에 조금 데미지가 있다 해도 일단 이뇨제를 더 세게 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동의했다. 그리고 또 하는 말... 어쩌면 고비일수도 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라. 정신을 똑바로 붙들고 있어야 아이도 산다...


나는 무엇을 해서라도 내새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잘 부탁한다고, 제발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리고 루퍼트를 오늘 아침 때 처럼 문 틈으로 면회시켜줬다. 나랑 또 눈이 마주쳤다. 반짝반짝 빛이 나고, 나를 잘 알아봤다.

나는 네 곁에 있어 루퍼트.

오늘 하루 제발 잘 건뎌내줘.

부탁해.

사랑해.

아직 나는 너를 보내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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