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n Aug 09. 2021

덴마크 이민 혐오의 말, 그 반대편의 말

2016년 말, 유럽의 난민 위기


2016년 말, 유럽의 난민 위기가 미디어와 뉴스를 뒤덮고 SNS에서 시민들 사이의 논쟁이 극도에 달했다. 그 긴장이 집안과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어졌던 기억이 난다. 나와 파트너는 서로 다른 입장으로 논쟁하였고, 그는 한 영상을 나에게 메신저로 보냈다.


미국의 작가이자 기자인, 로이 Roy Beck의 강의 ‘이민이 세계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는 영상(2010년)이다. 이 영상에서 그는 미국과 유럽으로 이주하는 이민이 결코 세계의 가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인구수를 상징하는 컬러풀한 공들을 각 국가를 상징하는 통에 담는 행위를 통해 증명해 보이려 한다.

Immigration World Poverty and Gumballs 2010 - Immigration Doesn't Work


이 실험은 지극히 단순하다. 가난한 인구가 부자 국가로 이동하는 수치만 고려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만남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호작용, 국가-사회-공동체의 영향력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다. 또 기이한 점은 가난을 해결하기 위한 이민에 대한 비판으로 만들어진 이 강의 영상을, 많은 이들이 2016년에 죽음의 위협을 피해 유럽으로 온 시리아 난민의 상황에 대입한다. 댓글에서 보이다시피, 그의 주장을 옹호하고, 난민이 자기네 사회에 가져올 피해를 걱정하고, 2016년 난민의 입국을 막지 못하는 정부( 특히 독일)를 비난한다. 이것은 미래의 기후 난민을 향해서도 되풀이 될 것이다. (실상, 시리아 난민이 기후 난민의 시작이기도 했다. )


‘이민이 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원래 자기 국가에서 사는 것이 낫다.’, ‘서구 열강들이 이민자/난민들이 본국에서 잘 지낼 수 있게 돈을 보내는 것이 낫다.’, ‘이민을 와서 더 발전한 사회 시스템을 경험하고 본국으로 귀국하여 본국을 더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의 지배적인 걱정은 이렇다.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해 세금을 내기도 벅찬데, 난민들이 와서 내가 낸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볼 수 없다.’, ‘그들로 인해 우리의 사회 복지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다.’ 덴마크에서 난민을 반대했던 이들의 주장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시리아 난민 위기는 짧은 시기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주하는, 기존의 이민과 차이점이 있는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회 속에서 난민을 향한 혐오의 시선과 기존에 살고 있던 이민자에 대한 혐오의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저들이 우리네 문화를 망치고 있어.’, ‘자기네 국가에서 하는 행동을 이곳에서 하고 있어.’, ‘그들의 문화와 가치는 우리의 문화와 가치와 충돌해’. 이 말들을 나는 남편의 지인과 가족들, 친구들로부터 들었다. 심지어 내가 덴마크 이민국의 법과 태도에 힘들어할 때, ‘덴마크 이민법을 엄격하게 만든 결과를 가져온 무슬림 이민자들을 탓해라’라는 말도.


그들은 나를 옆에 두고, 무슬림 이민자들을 바라보며, 지나치듯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모든 혐오의 말들은 난민을 향한 것만이 아니라, 경제적 목적을 위해 온 이민자들, 가족을 따라 이곳에 온 나를 향한 것과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또 그 말들은 세계 어디로든 이주할 잠재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이주한 사람들에 향해진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혐오의 말은, (앞선 글에서 언급한) 역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부족, 교육의 불균형 문제일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이해와 돌봄이 부족한 개인, 사회, 국가, 세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케어 메니페스토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공의 것이 민영화되는 추세를 보인 신자유주의화와 함께, 케어(돌봄)가 없는 공동체, 사회, 국가, 세계가 되어가고, 가난과 위험, 미래에 대한 지속 불가능성은 개인의 책임져야하는 문제가 되었다. (Hakim, J, Chatzidakis, A, Littler, J, Rottenberg, C & Segal, L 2020, The Care Manifesto. Verso Books) 그런 세계에서, 난민과 이민자들은 그 사회에서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빼앗아가는 존재로 여겨지고, 거기에 더해, 그 문화와 태생이 악하다는 소설 혹은 신화가 만들어진다.


나의 살에 따갑게 닿는 듯한 덴마크 이민국 수장의 막말과 비인권적 제재들, 또 그에 반발하는 덴마크인들의 말들과 행동이 이어졌다.



모든 국민은 피자리아 Pizzaria 피자리아 (피자전문점)를 감시하라!


2017년 3월, 덴마크 이민, 통합과 주택 부 Immigration, Integration, and Housing Ministery의 전 장관 Minister, 잉거 스토이베아그 Inger Støjberg (2015~2019)는 티브이 2 채널에서 덴마크 국민들에게 불법체류자로 의심이 되는 외국인을 신고하라고 요청했다. 예를 들어 ‘지역 피자전문점에 있을 때, 덴마크어를 전혀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용되어 있고, 이상한 일이 낌새가  느껴지면 신고하라.’ (https://nyheder.tv2.dk/samfund/2017-03-30-ophedet-debat-efter-stoejbergs-pizza-udmelding-hvor- dybt-kan-man-synke)


이것이 방송된 뒤 ‘덴마크 국민들에게 불법체류자 단속에 대한 책임을 넘긴다’. ‘국민들을 감시자로 만든다’라는 비판들이 있었다. 그는 덴마크에 이민을 와서 강도 높은 노동력을 제공하며 저렴한 요식업을 운영하고 일하고 있는 이민자들과 그들이 일하는 장소를 불법체류자들이 숨는 공간으로 폄하시켰다. 물가가 비싼 덴마크에서 비교적 저렴한 음식과 고기, 채식, 비건 선택이 가능하여 대학 세미나가 열릴 때나 친구들과 만날 때 부담 없이 만나는 곳, 휴일도 없이 문을 열며, 사람들의 고픈 배를 채워주는 곳이었기에 개인적으로 더 분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요구를 희롱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트윗 소동이 일어났다. ‘신고-피자전문점 Report-a Pizzaria’이라는 해쉬태그로 각자가 좋아하는 피자리아와 요리사를 칭찬하며 추천하는 트윗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이분의 차별적인 어록과 행위는 너무나 많다. 덴마크 국경을 넘는 시리아 난민의 귀중품을 경찰들이 압수하겠다는 ‘주얼리 법'을 만들었고, 다른 유럽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이 법을 유대인의 금을 압수해간 나치즘에 비유되었다. 그녀는 시리아 아이가 있는 난민 파트너를 분리시킨 불법적인 권한을 행사한 경위로, 유럽 인권법에 어긋나 현재 소송에 걸려 있다. 이러한 그녀의 비인권적 정치적 행위에 ‘같은 덴마크인이라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녀를 비판하는 페이스북 그룹 ‘스토이베아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가 약 18만 명의 회원수를 기록하며 운영되고 있다.

'스토이베아그를 지지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그룹




‘외국인들이여, 여기에 덴마크인들만 남겨두고 가지 말아 주시오.’


실제로 내가 일상에서 만난 덴마크인들은 이민자들에 개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내가 살고 있는 뇌레브로Nørrebro 지역이 이민자가 많은 다문화적 지역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정치적으로 보수적 경향인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직종군의 사람들, 예술가, 학자, 액티비스트, 가족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한 개방성과 포용성이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나를 통과하는 경우는 의외로 그냥 스쳐 지나가면서 본 포스터, 그라피티 등이다. 사람을 살게 하고, 죽이게도 하는 것이 말. 외국인으로 살고 있는 나를 화끈거리게 하고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말이었는데, 그 반대편에서 예술을 도구로 다른 세계관을 퍼트리는 말, 문구, 포스터, 그라피티들의 힘이 있었다.

 

‘외국인들이여, 여기에 덴마크인들만 남겨두고 가지 말아 주시오.’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

이 포스터는, 2002년 이민과 관련하여 덴마크의 반동적인 정치적 분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그에 대한 코멘트로서 코펜하겐 길가에 붙여졌다. 이 포스터의 메시지는 덴마크의 문화적 의식 속에 스며들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지역 식당, 카페, 거실 등 지역인들에게 친숙한 공간 곳곳에서 이 포스터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구는 덴마크인의 특유의 자기-경시, 아이러니를 희화적으로 은유하고 있다. 이후 슈퍼플렉스라는 예술가 단체에 의해 재인쇄되고 재분배되면서, 현재 덴마크 정치 맥락에서 계속 유효한 메시지를 가진 정치적 시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2011)


이 포스터를 또다시 재생산한 작업이 있었다. Nermin Durakovic에 의해 생산되고 분배된 포스터.

2018년, ‘다문화주의자들이여, 덴마크 인종차별주의를 해결하고, 우리 외국인들만 남게 해 주시오. Multiculturalists, Please Deal With The Danish Racism And Leave Us Foreigners Alone!’ (2018)

https://www.ny-carlsbergfondet.dk/da/multiculturalists-please-deal-danish-racism-and-leave-us-foreig ners-alone


이 외에도 그라피티로 지역 곳곳에 볼 수 있는, 난민 환영 Refugees Welcome이라는 문구 (뇌레브로 공립학교 벽에 크게 쓰여있다.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 학교 측도 대단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을 향한 인종청소를 비난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문구, 미국과 이란의 국제 관계에 위기가 왔을 때, 이란을 향한 전쟁을 반대한다는 포스터 등등.


이런 문구들이 그냥 쓰인, 고정된, 스쳐 지나가는 말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오고 가며 볼 때마다, 의식에 침투하고 각인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의 감정 상태에 따라 격려를 해 주는 느낌도 받고, 같이 힘을 내자하는 인상도 받았다. 서로를 케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덴마크의 첫인상: 대학, 인권 감수성, 역사적 이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