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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si Nov 12. 2020

학교의 주인은 학생일까?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105화 '사학비리 커넥션' 리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일까?


이 문장은 의문형으로 물어서는 안 되는 당연한 명제 같다. 그러나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 학교의 일방적인 학과 통폐합 추진으로 온 학교가 들썩이던 때, 나는 그런 말을 들었다. “우리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래.” 그러니까 그 말은 학과 통폐합 관련 간담회에 참석했던 학생회 임원 중 하나가, 학교 측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며 전해준 말이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며, 학교법인이다. 교수, 교직원, 학생이 ‘과도한 주인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 말이 그날 간담회에서 나온 말인지, 아니면 이사장이 오래전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옮긴 것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학교의 입장이 너무 단정적이고 자신감 넘치게 들렸다는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로 하여금 그 오래된 명제를 의심하게 만들 만큼. 학교의 주인은 정말 학생이 아닌 걸까? 그러나 그 고민은 금세 잊혔다. 5년의 세월이 흘렀고, 나와 내 친구들은 어느새 대학을 졸업했다.


MBC 탐사 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의 이번 보도는 그때의 그 고민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스트레이트의 이번 보도는 ‘사학비리 커넥션’을 다루었다. 서울기독대학교, 광주 명진고등학교, 수원대학교의 사례를 통해 사립학교 재단이 학교를 개인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모습과 그로 인해 나타난 폐단을 보여주었고, 이를 비호하고 있는 국회, 검찰, 교육부의 모습을 다루었다.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이 사학 재단들의 전횡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학교의 재정 파탄을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한 교수를 파면시킨다. 부당하게 해임된 교사를 복귀시켜달라는 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다. 학교 돈으로 외제 차를 사는 것은 기본이고, 그를 담보로 대출도 받는다. 측근인 교직원이 몇억쯤 횡령해도 눈감아준다. 국정감사에 이사장에 대한 증인 출석을 요구하면 로비를 시도한다. 검찰의 막내 검사를 시켜 학교를 고발한 교수를 회유한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수원대 이인수 총장을 고소한 해직교수를 회유하려 시도했다


소위 사학비리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수원대학교 재단의 경우는, 횡령과 배임 등을 포함하여 고발된 의혹이 40건이 넘었으나, 이 중 39건이 무혐의 처리되었다. 검찰의 주장에 0.1%의 확률만 있어도 압수수색이 들어가는, 검찰 특수부에서 수원대학교 사건을 맡았음에도 그러했다.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은 ‘경수사랑’이라 불리는 경기 수원 기관장 모임에서 인맥을 쌓는 데 공을 들여왔다. 역대 수원지검장들과 대대로 친분이 두터웠음은 말할 것이 없다.


사학 재단들은 어떻게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게 되었을까? 절대적으로 사학 재단에 유리하게 짜여 있는 사립학교법 때문이다. 그중 핵심은 사학 재단의 교원징계권이 이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징계 요구와 처분 모두 이사회가 하는데, 이는 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하고 재판까지 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니까 이사장이나 이사회 눈에 밉보이면 징계를 받고, 충성하면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래서 2005년 참여정부 당시 사학법 개정을 추진하려 했을 때도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이 개방형 이사제 등 이사회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물론 거센 반발에 부딪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학 재단에 유리하게 짜여있는 사립학교법은 사학 재단 무소불위 권한의 핵심이다


사학법 개정이 이슈화될 때면 사학 재단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주장한다. 사립학교는 개인의 재산이니 국가에서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고. 그런데 사립학교는 정말 개인의 재산일까? 학교의 주인은 정말 학생이 아닌 재단일까?


사립학교는 ‘사립’일지언정 ‘학교’다. 즉 공공의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국가의 공적 자원이 굉장히 많이 투입된다. 사립 초중고등학교의 교사 임금, 사학연금의 부족 부분은 국가에서 채운다. 사립학교에 대한 국고 지원금은 매년 14조 원, 그렇다면 이 돈이 제대로 쓰고 있는지 감시가 필요하다. 개인의 재산이니 국가에서 함부로 간섭하지 말라는 사학 재단들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다.


물론 사학법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2005년 사학법 개정이 무산됐을 당시에 그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럼에도 사학법 개정이 필요한 것은, 결국 사학 비리의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학교의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는, 학교가 부실 대학 판정을 받으면 국가장학금이 안 나오고 학자금 대출을 못 받는다. 이사회가 교원의 징계권을 쥐고 있으면 공정하고 안정적인 교원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교수가 몇 달 만에 복직하고, 이사장 가족의 횡령을 고발한 교수가 영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한다.


5년 전의 그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본다. 학교의 주인은 정말 학생일까?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렇게 말하기 위해서는 그저 손 놓고 있어서만은 안된다는 것을.  물론 나는 이미 학교를 떠났고, 그래서 학생도 아니지만, 적어도 이 사안을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다. 현 정부는 꼭 국회의 문턱을 넘지 않더라도, 우선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차원의  사학혁신을 추진해 갈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사학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공포한 점 등에서 그러하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이 말한 것처럼,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 해나가고, 그에 대한 국민적 호응이 따른다면, 사학법 개정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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