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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낸 마음

by 로사

얼마 전 자라나는 마음을 잘라냈다.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누군가가 계속 눈에 밟히고 궁금해졌다.

그러다 덜컥 겁이 났다. 이제 그만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내가 소중히 생각하던 유일한 끈을 잘라냈다. 그것도 마음이라고, 한동안 허전하고 아파서 힘들었다. 내 감정인데도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다행이라면,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일상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늘 하던 대로 바쁘고 알차게 살고, 일도 열심히 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한 말을 건네고. 뭐 하나 달라진 게 없어 보였지만, 사실 나는 그 잘라낸 마음을 아까워하며, 때로는 후회하며 꽤 오래 슬픔 속에 빠져있었다.

도마뱀은 포식자를 만나면 자기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다고 한다. 내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다. 언제나 마음이 커지면, 나는 다른 방법보다 도망가는 것을 선택했다. 소위 말하는 '회피형 애착 유형'이었던 것이다. 더 알아갈 수 있고 더 가까워질 수 있는데, 그런 기회를 스스로 날리고 아파하는 내가 매번 한심하게 느껴졌다.

도마뱀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마뱀의 꼬리는 신경 말단을 자르는 것뿐이라 아프지도 않고 허전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잘린 꼬리도 금방 자라난다고 한다. 나는 도마뱀이 아니라 언제 잘린 마음이 다시 자라날지 모르겠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내 삶을 잘 살아가다 보면, 어느샌가 새 살이 돋아나 있겠지. 행여 그렇지 못하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안고 사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듯하다. 인간은 원래 환상통을 안고 사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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