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며 단골 커피숍에 들렀다. 아침에 눈 떴을 때부터 ‘오늘은 쿠폰으로 공짜 커피를 먹어야지!’하고 소소한 행복을 떠올렸던 터라 커피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았다. 그 커피숍은 회사 근처라 사장님과 얼굴도 알 정도로 자주 가는 곳인데, 오늘은 처음 보는 직원 분이 계셨다. 쿠폰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결제하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직원 분께서 당황스런 얼굴로 포스기를 몇 번 만지시더니 먼저 커피를 제조하셨다. 커피를 받아들고 가려는데, 직원 분께서 갑자기 나를 잡으셨다. 직감적으로 결제에 뭔가 문제가 있다 싶었다.
직원 분께서는 ‘죄송한데요. 제가 일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쿠폰 결제를 못 했어요. 제가 오늘 꼭 배워둘 건데요. 혹시 오늘만 정상 결제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정중하게 말씀하셨다. 그 분은 오늘 구매하신 건 바로 적립해드리겠다며 내 번호까지 물어보셨다. 나는 흔쾌히 알겠다고 대답했고, 공짜 커피는 못 마셨지만 그보다 더 귀한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모르겠다고 말하는 용기’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대개 ‘모르겠다.’는 말이 부끄러운 것처럼 여겨진다. 아이들도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질문하기 꺼려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모습은 종종 이어진다. 만약 나였다면 손님을 불쾌하게 하기 싫어 내가 손해를 보고 그냥 드렸을 거 같은데, 그분은 ‘제가 오늘 꼭 배워두겠다’라는 말까지 덧붙여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셨다. ‘모르겠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꼭 배워두겠다’고 이야기하는 마음이 깊이 와 닿았다. 그런 말을 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이 많아지는 만큼 요령이 늘어간다. 몰라도 대충 눈칫밥으로 분위기를 맞추고, 스스로를 포장하는 일에도 능숙해졌다. 그런 내 모습이 편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옛날엔 그러지 않았는데.’하는 아쉬움이 스친다. 가식 없이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모르는 게 있으면 알아가려고 노력했던 열정이 퇴색된 것 같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 하루는 일부러라도 ‘모르겠다.’라는 말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은 그럴 걸.’과 같은 편견 섞인 말 대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