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 앤 그린보트

바다

by 공님

나는 수평선을 오랫동안 바라볼 것이다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배를 탔었다.

여행 전날까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 곳에는 지겹도록

바다를 바라봐야지라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워 두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 계획을 실행했다.

선상 프로그램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함께 간 동행자는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와

함께할 수 있었다.


내가 본 바다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동해 바다라고 불러야 한다.

첫날은 비행기를 막 탔을 때 느껴지곤 하던 폐쇄 공포가 느껴졌다.

망망대해에서의 고립감은 고독을 느끼게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내가 탔던 배와 바다의 크기를

가늠해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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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부터 바다를 정말 열심히 봤다.

아침을 먹고 난 뒤부터 점심을 먹을 즈음까지 몇 시간을 바라 봤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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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판이 북쪽을 향하고 있으니까 서쪽 바다에 있는 저 배들은 어쩌면 북한의 어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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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볼 때는 그 바다가 저 바다. 저 바다가 그 바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저 바다와 그 바다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결의 무늬도 색깔도 파도의 움직임도 많이 달랐다.

나는 과학적 지식의 폭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정확히 무엇 때문에 다른지

알 수 없었지만 기차 밖의 풍경이 달라지듯이 바다의 풍경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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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를 떠나 나가사키를 향해 갔을 때의 바다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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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끝까지 삼단 같은 물결이 펼쳐졌는데 이따금씩 물결의 표면이 독특한 무늬로 바뀌곤 했다. 나는 이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었지만 바다 한 가운데서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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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느려지게 하는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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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잠 속으로, 어떤 사람들은 바다를 즐겼다.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가 더 잘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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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가 멀지 않았다. 물결이 분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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