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 여섯 번째 날
나는 이번 여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었다.
여행 전날 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 때문에 매우 분주하게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박 경화 씨는 나보다 꼼꼼하게 준비해 왔다. 기항지에 대한 여행 정보책들과 망원경(멀리 있는 배를 관찰하기 좋다), 나침판(시계만큼 중요하다), 시계(배에서는 전화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약속을 하거나 식사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일본인들과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는 회화책도 준비해 왔다. 크루즈에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대략 500여 명씩 그리고 승무원들까지 합하면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은 인원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에서의 생활 패턴에 익숙해졌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고,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오후 티타임에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었다. 객실 청소는 매일 오전에 하우스 키퍼가 우렁각시 마냥 정신없던 방을 배를 처음 탔던 날처럼 정리해 놓았다. 나는 기항지에 도착한 날을 제외하고는 갑판에 나가 바다를 보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곤 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빨래는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와 박 경화 씨는 임시로 빨랫줄을 만들어서 커튼 레일에 걸어두고 옷을 말렸다. 우리는 여행 내내 창문이 있는 객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곤 했다.
배의 기계 소리와 파도의 출렁임그리고 창문 밖의 바다가 하나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