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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Jan 23. 2024

나답다는 게 뭔지 몰라도 우리는_

지극히 개인적인

어린 날에 일기장을 들킨 적이 있다.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이라 누구도 읽지 못하리라

믿었는지 모든 말을 다 적어놨었다

결국 그 일기장을 그 당시 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읽어서

너무너무 힘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솔직하게 글을 쓰는 건 어렵다

말은 잊힐 수도 있지만 글은 기록이라

더 많이 생각한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는 있는 이야기들을

읽히도록 쓰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기에 '나다움'이라는 키워드로 올 해를 시작했다.


처음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를 잊지 못하는 건 

관객의 환호도 박수도 꽃다발도 아닌 

'가면을 쓴 스스로의 발견'이었다.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나를 모른다는 두려움

이 몸이 빈껍데기처럼 느껴지는 허무함


자연스러워지는 걸 연습해야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어른은 없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나?

아니, 진지하게 고민해야 했다.


인지하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또 고민한다.

'나다움'을 지키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는 욕심

여기서 문제가 온다.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굳이 굳이 돌아가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일을 하려고 하는 중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에는 많은 커뮤니티가 있고

매주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임을 이끌고 있다.


하루는 사람들과 '토크맵' 만들기를 진행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언어

서로의 대화를 기억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마인드맵'처럼 '토크맵'을 만든 거다.


가운데에는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적게 했다.


각자의 언어를 생각하고 그 언어 속에서 '나다움'을 고민하고

진심으로 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하는 작업을

20명의 어른들을 모아 진행한 날이다.


이 작업 한 번으로 무언가 명확해지리라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 중에 돈 명예는 없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아지고 싶은 욕구에서

경제적인 요소는 그저 한 부분일 뿐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을 따라가고 싶어 했다.


삶을 선택하는 용기 있는 마음

각자의 드라마에서 상대를 생각하길 바랐고

자신의 밝은 부분을 전하며 살길 바라고

이런저런 어떤 일들이 올지 모르지만 행복하길 사랑하길 바란다며

발표하는 어른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를 거다.


분명한 건 우리 모두는 모르는 사람들에게라도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나다움'에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어른들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까

일상에 지쳐도 각자의 방법으로 나다운 가치를 찾아가는 어른들은

다른 내일을 만드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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