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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Jan 15. 2024

예민한 사람의 사회화

지극히 개인적인

_

예민하다는 말이 요즘에는 뉘앙스가 많이 바뀐 듯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센서티브]라는 책이 나왔을 땐 

날 위한 책이라며 감동받아 여기저기 소개하고 다녔었다.


센서티브.. sensitive... 

단어 자체도 뭔가 예민해 보이는 이 말을 지금은 듣지 않는다.

오히려 좀 바보가 되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금은 관리자니까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와 같지 않음을 하나씩 보고 배운 

결과랄까...(그래도 여전히 나와 같지 않음을 이해 못하는 날이 많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면서 나는 정말 내가 꽤 온유한 성격이 되었다고

착각했다.



23년 크리스마스이브 매장에서 파티가 있었고

간단한 회식 겸 식사자리에서 질문이 오갔다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을 했다


그 순간에 오만가지 인생의 프레임들이 떠오르면서 

'나 같은 사람..???!!!!!'

정말 너무 힘들 거 같다.


그렇다

그 질문이 한동안 묻어둔 나의 예민함을 기억하게 했다.

와 나 이런 사람이었지

아주 어릴 때부터 잠도 못 자고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생각해서 머리가 쉬지 못했고

다들 나랑 일하기 싫어할 정도로 예민한 사람인 거였다!!


알람이 없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극단 합숙 때는 알람소리를 하도 혼나서 무음으로 맞춘 알람으로

늘 새벽 5-6시에 일어났다, 지금도 가능하다)

누군가 걸어 들어오는 모양만 봐도 에너지가 느껴져 여러 상상을 하게 하고

틈만 나면 토하고 쓰러지고 모든 그 과정이 예민함에서 왔다


아마 뇌에서 주인을 살리자며 

많은 과정을 잊게 하고 

포화되어 넘치는 상황을 막고 있는 듯하다


어벤저스 헐크가 변신을 하면서 

비밀을 말했다

'난 늘 화가 나있어'


늘 예민해서 그래서 지금, 조금은 조절한 능력이 나에게도 생긴 건가

너무 다행이다

아니라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겠어

와 감사합니다 주님!!


누군가에게 예민하다는 말을 들으면 칭찬인지 모를 만큼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예민한 나는 그래도 

그 예민함으로 먹고살고 있음에 다행이라 여기며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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