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어쩌면 쓰지 못하면 죽는 병에 걸렸는지도 몰라요.

by 이윤서

사랑했던 날들이 기억나지 않아서 누군가를 좋아했던 날은 있었나 생각해 봅니다. 짧은 여행길에 짧은 호흡의 산문집을 들고 갔지요. 작가가 말하는 계절에는 모든 것이라 칭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것들이 담겨있었는데 빈 종이에 적을 수 있는 것들이 무언가 고민만 하다가 책을 덮었지요. 글을 쓰는 일을 자꾸 잃어버릴까 가끔은 겁이 나기도 합니다.나라는 사람이 글을 쓰지 못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덜컥 무서워서 마음속 이야기는 뒤로 미뤄둔 채 나열된 단어의 뜻만 검색하여 옮겨 적습니다. 가끔 그 단어들을 검색해 봤다는 것만으로 옮겨 적었다는 순간 만으로 으레 작가인양 안도를 합니다. 무어라도 쓰지 못하면 죽는 병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적는 일을 하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가엾이 여깁니다. 어떤 글을 읽으며 어떤 드라마를 보다가 어떤 영화의 대사가 들리는 순간에 웁니다. 울려고 했던 것들은 아닌데 웁니다. 목구멍이 아프게 터지는 조용히 흐르는 눈물은 또 그렇게 찾아와 참 이랬지 저랬지 할 말은 많은데 눈물만 납니다.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지겨워하실까 되풀이하는 말들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습관이 , 머리로 마음으로 수 백번 되뇌었다 뱉은 단어들이 수 천 번 수만 번 되뇌어 또 뱉어질 때 오히려 당황합니다. 참지 못했구나. 또 입으로 뱉어야만 했구나. 마음이 아니 심장이 아프다고 처음 느꼈던 그 차가운 날에 어렸었지요. 많이 어렸었지요. 그 어린 날을 다 큰 지금의 어른이라고 착각하다가 여전히 숨 참았던 그날을 구태여 떠오른 날에는 또 참지 못하고 웃으며 웁니다. 지독히도 웁니다. 왜 괜찮아지는 날이 오지 않는 걸까요. 꿈을 또 꾸지요. 소리 내어 말하면 뭐든 더 닿을까 자꾸 떠내려가는 것들에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는 것들에 자꾸자꾸 말을 겁니다. 그런 밤이 소리 내던 기도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닿을까 하고. 자꾸 말을 겁니다. 어려운 글을 쓰지 않으려 애썼지만 마음이 어려워 단순한 단어만 읊조리고 그 단어만 다시 적고 또 적습니다. 글은 날로 쉽게 적으려 하는데 마음은 날로 어려워지니 글 쓰는 일이 자꾸 어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