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집착하는 사람

지지고 지겨운 삶에 아무튼 얼마나 고마워

by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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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기록에 집착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같은 일상도 기록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른 감정을 기록한다. 일상 브이로그에는 좀 더 많이 웃고, 가볍고, 캐주얼한 일상으로 편집을 하지만 블로그에는 초등학생 일기장처럼 단순하게 사진과 있던 일들을 나열한다. 끝에는 요즘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간단하게 적는데 그 간단한 내용을 정리해서 브런치에 풀어서 적는다. 일기를 적지 않는다고 더 이상 도장을 받지 못하거나 선생님에게 혼나지도 않는데 업로드 주기가 지나가면 괜히 혼자서 마음이 불안한 지경이다. 스스로가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칭해서 그런지 주변에는 sns는 더디 해도 블로그로 일상을 올려주는 친구들이 많아 다시 자극받고 나의 일상도 기록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기록들을 출판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몸이 아프고 나서야 진지해졌다. 나에게 글이 없다면 이 세상은 내가 이 땅에 살고 간 사실초자 흔적도 남지 않겠구나! 그러다가 일기장에 적힌 기도들과 원망 섞인 글들이 걱정이 되었다. 누군가 이 글들을 읽는다면 너무 부끄러울 텐데 이 글들을 어찌할까 고민하며 펼쳐보았다. 상당 부분 아빠가 이사를 하면서 챙기지 않아 사라졌지만 그 후에 적은 일기장도 7권이 넘었다. 어린 날에 일기를 들키고 나서는 점점 솔직하게 적는 일이 어려워져 기록이 어려웠음에도 무슨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적어놨는데 말보다 글이 편한 내가 할 수 있는 생존 방법이었으리라.


그럼에도 이 글들을 세상에 두고 갈 수는 없었다. 남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들 흔적을 지우고 편집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이 글들이 남아 나의 삶이 오해를 받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아픈 와중에도 하고 있었다. 죽음은 그렇게 삶과 너무 가까워 인지하지 못할 때 맞이할 테니 나는 나의 삶을 편집해야겠다.


글로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 진짜 그런 글을 쓸 수나 있을까?


남아있던 일기들을 정리하면서 남길 수 있는 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시 뒤쳐본 종이들은 우울과 삶을 향한 몸부림이 느껴질 쭌 글로 다시 옮기고 싶은 순간은 나오지 않았다. 꽤 허망한데?

남기고자 하는 글과 혼자 울며 적은 슬픔에 절여진 글은 다름이 여실이 느껴졌다. 울며 기록한 글에는 스스로를 기억하고 싶은 애씀이었다. 내 아픔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누구도 나의 아픔에는 관심이 없을 거란 사실이 그때는 그렇게도 속상했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던 눈물들과 후회들이 적힌 글들을 끌어안고 살았다. 뭐랄까, 오히려 깨끗해진 기분이다. 얽히고설킨 놓지 못했던 미련들과 슬픔을 용서한 기분이다. 생각보다 아깝지 않아서 놀랐다. 내가 버린 건 일기장이 아니라 아픔을 끌어안고 살려했던 그날의 나를 놀아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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