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부림이라도 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언젠가

지치고 지겨운 삶에 아무튼 얼마나 고마워

by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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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에 관하여 적었다. 연기를 할 때 정말 많이 맞고 혼나고 스스로 자책을 하는 상황이 잦게 되면서 무대 위에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던 기간이 있었다. 그 기간은 또 꽤나 길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대사를 뱉는 일이 어찌나 힘든지, 매일 무대에 서야 하는데 수 백번, 수 천 번 연습하고 매일 무대를 서는데도 왜 숨이 안 쉬어질까 무대에 맞지 않는 사람일까 절망스러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숨 쉬는 일은 그냥 자연히 태어난 순간부터 해오던 일 아닌가? 어째서 무대 위에만 서면 가슴이 무겁고 그 무거운 힘이 숨을 못 쉬게 둘 수밖에 없을까. 방법은 모르는데 매일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무력감이란 이런 걸까. 물속에 빠져 가라앉은 몸을 끊임없이 발장구를 쳐 수면 위로 올릴 때까지 춤을 참고 몸부림을 친다. 나는 수영 못하는데.. 물 무서워하는데 살려는 몸부림을 숨을 쉴 수 이는 공간에서 숨 참고하는 꼴이다. 안 되는 걸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오는 압박의 의무는 몸부림을 치게 했고 정말 아주 잠깐 무대 위 조명이 감싸주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 숨통이 트는 느낌은 나를 다시 무대로 올라가게 했다. 오래가지 않아 또 막히고 안되고 울고 반복했지만 그 한 번이 나를 자꾸 무대에 설 수 있게 했다. 몸부림이라도 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몸부림이 언젠가 편히 숨 쉬게 할 거라는 문장을 메모장에 적었다. 그렇지, 나에게 필요한 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외치고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용기지. 용기가 있는 사람은 그 일상을 매일 살아가는 사람들이지. 누구나 겪는 일들이라며 지금의 상황을 덮어두기 싫었던 고집은 그렇게 용기를 가르쳐줬다. 삶에 대한 몸부림에, 재능에 대한 몸부림에, 사랑에 대한 몸부림에, 용기를 잃지 않는 마음은 삶에서도 재능과 사랑에도 편히 숨 쉬게 하는 날이 오리라 믿게 했다. 모르겠다. 요즘은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이 여기저기 떠돌고 나조차도 그런 문장에 좋아요를 누르지만 애써보지도 않고 무언가 하나를 끝까지 해보지 않고 위로부터 듣기에는 스스로 비겁하다 느꼈는지 모른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을 그때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과는 달랐을 거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숨 쉬는 일을 그때 배우지 않았다면 세상이 언제나 그렇게 수면 아래의 삶이라고 믿었을 테다. 꼬륵꼬륵 가라앉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가. 다른 건 모르겠고 당연하게 되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주 게을러지지만 타협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길 선택하는 일은 이 생에 없을 테니, 참 지난한 삶을 살겠지 하면서도 물속으로는 돌아갈 수가 없다. 이런 걸 두고 경험이라는 이름을 붙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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