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해받지 못할 기분을 붙잡고 산다는 건

지치고 지겨운 삶에 아무튼 얼마나 고마워

by 이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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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여전히 파랗다.


이번 달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중요하게 깨달은 사실은 나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현실이다.


'주님 제가 과거의 상처에 더 이상 묶이지 않고 오늘 주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내일 당신이 내게 주실 삶을 기대할 수 있는 믿음을 허락해 주세요.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세요.'


많이 맑아진 줄 알았는데 그저 시간이 조금은 지나가 흙이 바닥에 가라앉았을 뿐 작은 발짓에도 섞여 다시 흙탕물이 되어버린 기분의 9월이었다.


다현이가 어제 나에게 굉장히 충격을 준 말을 했다.

"언니는 원래 밝은 사람이야, 언니의 삶이 그렇지 못한 거지."


다현이는 그런 아이다. 나조차 스스로도 잊고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며 차가운 방에서도 나의 따스함을 꺼내어 상기시켜 주는 그런 아이다. 나의 고백 끝에 늘 붙었던 언어는 전혀 달랐다. ' 원래 슬픈 사람' 어쩌면 심연에 가리어진 모습이 나올 때마다 상대에게 나의 슬픔을 이해해 달라고 이기적인 언어로 받아달라고 매달린 말이기도 했다. 이런 내가 밝은 사람이라니! 놀라웠다.


한 방송에서 우리와 함께 훈련하던 아이가 아주 멋지게 성장하여 무대 위에서 날아다녔다. 잘돼서 잘하고 있어서 너무 기뻤다. 우린 기억하니까. 모든 과정을 기억하니까 진심으로 응원한다. 처음 느껴본 느낌이었다. 질투인가? 내가 무대를 너무 그리워하고 그 무대가 끝끝내 아픔으로 남아있는 모습과 다르게 무대를 날아다니는 아이를 향해 스스로도 알지 못할 기분을 느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고통은 심장에 무리가 간다. 나는 나를 상처 준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 사과를 받지 못할 내 삶이어도 용서하고 싶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더 이상 꿈에서도 아프고 싶지 않다. 잠을 자고 싶다.


다현이와 울면서 술을 마셨다. 우리가 그 아이처럼 부모고 제대로 있었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연출에게 그런 대우를 받지 않아도 됐으며 지금 우리의 삶이 바뀌었을 거란 어쩌면 확신. 그날들을 해석하려 고민하던 지난하던 밤들을 서로뿐이 들어줄 수 없어서 우리는 가끔 그렇게 울면서 술을 마셨다. 우리는 가장 사랑하던 일을 더 이상 꿈꾸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빛나는 공간에서 멀어져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도 지울 수 없는 지겨운 순간들이 자꾸 번져가서 지금까지 흘러온다. 다현이는 연신 말했다. ' 나 진짜 열심히 살았어 언니.' 누구보다 내가 안다. 다현아 네가 열심히 살아간 그 모든 시간을 내가 이거 할게. 언니가 기억할게. 얼마나 네가 빛나는지 내가 보고 있어. 여전하게도 파란 너의 하늘을 내가 바라보고 있어. 정말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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