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저_ 이야기

by 이윤서

'이번 역은 잠실, 잠실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 오른쪽입니다.'


많다. 사람이 너무 많다. 한주는 늘 생각한다. 매일 오가는 이 지하철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이렇게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매일을 놀랐다.


-아 밀지 마세요!

-내립시다 좀!


간혹 언성을 높이는 어르신들이, 기다리면 모두 내릴 텐데 밀치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한주의 회사는 강남에 있다. 잠실에서 2호선을 갈아타 10분을 더 가야 한다. 이 지옥 같은 지하철이 너무 싫어서 출근도 전에 지치게 해서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갈까도 했지만 이미 작은 방은 더 작은 곳으로 옮길 수는 없었고 보증금을 늘릴 돈도, 더 많은 월세를 낼 돈도 없었다. 시골에서 올라올 때 한주 부모님은 반대를 했다. 왜 굳이 서울로 가야 하냐고 여기서도 일 할 곳은 있다고. 하고 싶은 게 없던 한 주는 그럭저럭 학교를 나와 원하지도 않던 그냥 그런 과를 나왔다. 하고 싶은 건 없지만 어디 공장에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은 보기에 괜찮은 직업을 찾기 위해 서울을 가야 했다. 물론 한주의 아빠가 공돌이로 평생을 살았기 때문은 아니다. 공장에서 착실히 일해 공장장이 된 아빠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렇게 나와 엄마를 먹여 살린 성실함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렇다고 그 성실함만이 세상에서 먹여 살려주는 충분조건은 되지 않다고 한주는 생각했다. 환승하는 길에는 화살표가 있다. 길 따라 바닥과 천장에 환승하는 곳을 안내하는 화살표가 있다. 우측보행으로 사람들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내려온다. 그 많은 사람들이. 저 붉은 화살표가 가끔은 한주를 쏘려고 조준해 놓은 총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붉었다. 겨울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춥지 않은 날씨에 방심하다 코트 하나 걸치고 나온 게 후회되는 아침이었다.


-아 경량 패딩이라도 안에 껴입고 나올걸...


강남역에 내려 5분만 걸어가면 되지만 차가워진 날씨에 한주는 더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건물에 들어간다. 한주는 수능 전문 학원에서 상담하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 그럭저럭 대학을 나와서 상담을 오는 부모님들에게 나름대로 조언을 하며 아이를 같이 상위권 대학에 보내보자며 의지를 보이며 상담하는 자신의 모습이 가끔은 거짓되기도 했지만 다들 그렇게 돈을 벌어먹고 살고 있다며 헛헛한 마음을 접어두었다. 이런 마음과 상관없이 한주의 실적은 꽤 좋았으니 상담하는 일이 어쩌면 잘 맞는 직업일지도 모른다고 가끔은 우쭐하는 마음도 들게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후 날씨 많이 추워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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