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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Jun 24. 2020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

황금사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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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치료보조교사 시절 이야기다.

시연을 위해 '사과 만들기'작업을 했다.


나는 누군가 다 베어 먹은 사과의 심지를 만들고 황금색 띠 골판지로 감쌌다.


"버려질 사과 심지지만 
사과는 맛있게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이 
해야  일이었고
 일을 해냈기에 황금빛을 띠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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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태어난 이유와 역할에 대해 궁금했다.

내게 주어진 어쩌면 보너스 삶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이 시간이

그 삶이 주어진 이유를 말이다.


딱히 거창한 이유가 없을지라도 그저 나는 찾고 싶었다.

'살아야 할 명분이 필요했다.'


오늘만 살아가는 나는 늘 누군가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사람을 지워야 살아갈 수 있었다.

나라는 사람을 핑계로 두고 상대를 지키고 싶었다.


그 일이 되지 않을 땐 자학을 했다.

존재가 거부되는 일을 스스로에게 허용하기를 반복했다.



27년이 걸렸다.
나라는 사람이 행복해져도 된다고 느끼기까지


_


모든 발걸음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는 일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익숙함이 주는 안도감을 버리고 싶다면 조금 더 많이 간절해져야 한다.

나를 아프게 하는 스스로 버리는 생각들과 맞서야 한다.


삶이 주는 결핍보다 나를 병들게 하는 것은 늘 생각이다.

너무 웃기게도 생각이란 아이는 (특히 나쁜 생각이란 놈은) 잡히지도 않는데 너무나 선명하고

이미 내 속에서 결론을 짓고 현실에서 실현되도록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현시킨다'는 사실이다,


_

우리 모두는 스스로 각인시킨 말들이 있다.

그 각인이 좋은 생각이라면 감사하겠지만

혹시나 나쁜 생각이라면 너무나 쉽게 나쁜 결말을 도출한다.


내 삶에서 아직도 내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나쁜 생각은 '나 때문에'이다.

누구도 나의 잘못이라 칭하지 않았지만 그 교만한 생각은 나를 차갑게 식혀갔다.


나의 생각이 나를 세뇌시키면서 사회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감추고 보이지 않아야 했기에 이런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번지고

그러다 보면 끝을 생각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나를 구석으로 몰아간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라는 사람이라서 그저 나라서 스스로가 몰아간 생각에

세상에서 도망을 쳤다.


_

'나를 사랑하자'


내겐 어렵고 어려운 그 문장을 내뱉기까지 고독과 함께했다.

나의 삶의 목적이 행복이라면 나는 나를 사랑해야 했다.

평생을 각인시켜 나 스스로 '나 때문에'라는 결론을 지어야 익숙하고 안도됐다면

그 속에서 나와야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았다.

아니 이건 누구에게 물어도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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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할 명분을 묻는 다면 나를 사랑하기에

내 삶을 사랑하기에 지금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존재 자체로 행복을 추구하는 창조물로 역할을 다 하고 있음을

그러니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 각인시키는 중이다.


'존재하기에 살아도 된다.'

당연한 말을 내뱉으며 위로받고 끄덕인다.

미래에 대한 확신 같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어쩌면 내게는 이 당연하고 당연한 말이 필요했다.


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하자.

내게 가장 필요한 말

나의 뇌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이미 알고 있다.

친구가 연인이 사회가 해주지 않아도 된다.

이미 충분히 너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너무 잘 견뎌왔고 내가 살아있음에 기쁘다고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바라는 바는 실상이 된다.
의심 없이 우리의 행복을 믿는다.
나의 행복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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