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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서 Jul 07. 2020

그저_글

끝이 있음을 아는 것, 그럼에도 끝이라는 두려움

_

나이를 들어간다는 일은 많은 일을 이해하고 인정해가는 과정이겠지.


살아가는 일이 단 하루도 쉬이 넘어가진 않았지만

나를 떠나가는 모든 것에 '안녕'을 보내며 웃을 수 있는 진심을

가질 수 있었다.

_

울고 떼쓰는 일 또한 해본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모든 인연의 끝에 나는 괜찮을 수 없었고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든 것에 기대를 하지 않는 연습을 하는 것만이

나의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그 또한 나는 할 수 없는 창조물이었다.


_

모든 끝에 아쉬움은 빛나던 순간들을 더 오래 품고 싶었기 때문이었겠지.

혹은 끝이 나지 않을 거란 어떤 순진한 믿음,

그 순간의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자책하며

돌이킬 수 없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조차 할 수 없는 책임감을 알게 된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기 싫었기 때문이었겠지.


_

끝이 있음을 알고 있다 한들 끝이 온다는 사실은 늘 두려웠고

끝의 다음을 시작으로 돌리는 일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음을 오늘도 배운 하루였다.



돌아선 마음을 돌리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요.

사람은 정말 큰일이 있을 때
오히려 숨을 더 깊이 쉬도록
만들어진 듯합니다.
살아야 해서 스스로 살기 위해
그리 만들어진 듯합니다.

당신이 떠나간 문의 뒷면을 바라보았습니다.
혹시나 열릴까 하는 기대를 지우려
문을 걸어 잠겄습니다.

잠가둔 문을 또 바라보았습니다.
며칠을 그렇게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다시는 보지 말아요.
스스로 차갑게 만들며 식혔던
그 아린 아픔을 또 겪지 말아요 우리

부디 행복하길 바랍니다.

_

삶의 끝이 다가오기 전까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수 없이 끝이 나겠지만

그 모든 순간에 적응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이겠지만

끝을 대하는 내가 좀 더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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