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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매니저 Sep 20. 2021

MBTI에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낀 이유

사람을 이분법 프레임에 가둬놓고, 기괴하게 과장된 캐릭터로 만들어서

언제부터인가 전  #MBTI 에 식상함과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저만 그런게 아니더군요.


[슬슬 많아지고 있다는 MBTI 혐오자] https://theqoo.net/2058491147

[MBTI 과몰입 인간들 깐다] https://thredic.com/index.php?document_srl=44451938


요즘 MBTI 밈으로 사람을 틀에 맞추는 행위,

내향적인 유형은 되도록 선발하지 않겠다는 채용공고,

스타트업 대표가 되기 유리한 MBTI 등을 보면서 그 생각이 강해졌어요.

 


하하, 작년 이맘때만 해도 MBTI 과몰입하며 내 유형은 어떻네,

특정 유형은 꺼려지네 등의 온갖 뻘글을 쏟아내던 제가 이런 말 하는 건 모순 아니냐고요?

비난하세요, 어차피 인간은 모순된 존재.

#내로남불 이니 #위선 이니 #모순 이니 같은 말을 들으면,

안네 프랑크가 자기 일기에 썼듯이 그런 말이 내게로 향하는게 가장 싫고, 그런 말에 상처받는 저이지만.

제가 생각해도 전 모순적인 존재 맞아요.


네, 오히려 진이 빠질 정도로 깊이 과몰입하니까 깨끗이 탈덕하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사실 MBTI를 신봉하던 그 때부터 불편함을 느꼈어요.

가령, 과거에 제 유형 같은 경우는.

그 유형에 도취된 일부 사람들이  MBTI 카페에서 작위적일 정도로 너무 귀여운 척 하면서 자기 자아를 과시하는 말투를 쓰곤 했고요.

(같은 유형으로서 솔직히 쪽팔렸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생각했죠.

이게 진짜 본연의 자기 자아인지...

특정 유형의 프로토타입에 자신을 끼워맞추기 위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건지...


또 어떤 유형의 경우는 지나친 자기 연민, 그리고 그 속에 서려 있는 오만함과 선민의식을 느꼈어요.

그 어떤 유형보다 자기 내면만 '특별히' 복잡하고 오묘하며 이율배반적이고, 그러니 우리들은 남들보다 특히나 더 배려받고 섬세하게 대해져야 한다는 태도

(특별히 내면이 복잡하단 건 알겠는데 왜 남들보다 특별히 더 신중히 배려받아야 하는 건데요 ? 모두가 공평하게 배려받아야죠.


그리고 다른 유형도 당신들과는 다른 갈래로 저마다의 복잡한 내면 세계 다 있습니다. 다만 자기 내면을 인지하고 성찰하는 타이밍과 포인트, 표현하는 방식에서 결이 다 다른거죠.

그 유형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 솔직히 그런 이분법 보면 제일 유치하게 세상 인지하는 분들이 아니신지.


"너무나 특별한 나 vs 너무나 지루한 니네들" 식으로.

깊이는 니들만 가지고 느끼는 거 아녜요.

인간들 각자의 마음 속 가장 깊숙한 골짜기는 타인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죠.)


솔직히 인터넷에서 자긴 그 유형이라고 어필하는 분들.

그 유형 특유의 행동 양식을 어필하면서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뭔가 숭고하고 비장하게 미화하는 거.


솔직히 유치하게 느껴졌어요.

유머글로 소비되는 MBTI 밈글들에서 특히 조소를 느꼈어요.

예를들면 이 밈 있잖아요

MBTI가 설명하는 INTP : 아이큐 256의 천재고 방 안에 7개의 컴퓨터가 있음 자본주의를 부술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함과 동시에...

현실의 INTP : 어제 밖에 나갔더니 햇빛이 너모 아팠어 ㅠㅠ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저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유형이라는틀에 끼워 맞춰 보면서.

사람을 제대로 겪어보고 이해해보려 하는 대신,

특정 유형의 행동 양식을 과장시켜가며 캐릭터화하죠.


편협한 틀만 강조하면서 사람을 기괴한 캐릭터로 만드는 거죠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처럼 극적인 서사를 다룬 예술이라면 이런 캐릭터가 매력적이겠지만.

일상을 사는 우리네 사람의 행동들을 그렇게 오버하면서 들여다볼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까 MBTI에 몰입하면...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치 '펜필드 호문쿨루스'처럼 기괴하게 왜곡된 캐릭터로 보게 될 것 같아요.


네, 그런 식으로 사람을 틀에 끼워 맞추니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렵죠. 또 피곤하게 느껴지는거죠.

내게 무슨 피해를 준 적도 없는 사람에게, '이 사람은 이 유형이니까 내게 이런 상처를 주겠지'라고 막연히 프레임을 씌워가면서 대하니까.

일어나지도 않은 피해를 두려워하며 방어적으로 나가니까.


무슨 마이너리티 리포트 찍으세요?




또 어떤 사람들은...

실제의 자기 자아를 드러내는게 두렵고 어려운 사람들은...

자기 MBTI를 과도하게 어필하면서...

자기 자신을 그 유형에 끼워맞추죠.  


그 연기가 너무 과다하고 작위적이라,

일상에서도 24시간 동안 역할놀이 하시는 거 아주 잘 봤습니다.


(솔직히 정식 검사하면 그 유형 나올지조차 의문입니다)


그냥 그 유형처럼 보이고 싶어서 연기하세요?

그러니 맨날 피곤하죠.

풀메이크업 24시간동안 하면 피부도 피로해서 금방 상하는 것처럼.




그리고 지금 제 MBTI는... 작년까지만 해도 자랑스럽게 내밀었던 그 유형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요.


16 personality로 해서 그닥 신뢰할수도 없는 결과지만요.

어차피 16 personality 테스트는 정식 MBTI의 극히 일부분만 따와서 재구성한 거라 실제 유형과는 다르게 나올 수도 있대요.

그리고 이제 MBTI라는 프레임에 나를 가두지 않겠다고 선언했기에,

5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정식 MBTI 테스트를 해볼 생각도 없습니다.


가령 어떤 유형은 전체 인구의 1%밖에 안된다지만,

16 personality로 해보면 6.25% 나온다면서요?

정확히 100을 16으로 나눈 수치요.



그래서 전... 요즘 배우 김태리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김태리 : 제 MBTI는 비밀! 그걸로 저를 판단하려고 하지 마세요.



한줄 요약 : MBTI에 적당히 심취하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좋다. 근데 과몰입하면 나와 남의 인간관계를 망치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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