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벗어난 개

by 지음

"네? 개를 집안에 들여 껴안고 산다구요?!!" 마치 문제라도 되는 듯이. 은연중에 사회문제를 다루려는 방식처럼. 옛날 드라마의 대사는 치고 나왔고, 옛 드라마도 아니고 요약된 리뷰를 보던 중에도 그 말이 낯설게 들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도 어느덧 잊고 있었지만, 내가 아직 꼬마이던 시절에 그런 이야기들이 오갔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다. 아직 도시에서 개를 키운다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시절. 개는 대다수 진돗개나 섞인 진돗개였고, 지키기 위한 필요에 충실했으며, 마당에 있는 것이 당연했던 때가.


마당개가 애완견이 되었다가 반려견이 되는 이야기 같은 건 사소해도 가치롭다. 개가 말과 운동으로 자기 가치를 주장하지 않았음에도 수용된 다정함 만큼 사회 전체의 온도가 올랐으리라 믿게 만든다. 마주치는 개의 품종이 작고 집에 들일 만한 것들로 작아 졌다가. 과시를 위해 커지거나 독특한 종이 되었다가 이젠 취향에 따라 다종 다양하게 버무려 지는 과정 속에, 늘어난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존중이 있다. 처음 마주치는 종류의 개를 만난 날이면, 이만큼의 다양성과 그걸 밀어주는 풍요로움이 있는 길을 걷는구나! 싶어 다시 한국이 사랑스러워 진다.


연희동의 중심. 사러가를 조금 빗겨난 골목길. 키가 큰 소녀가 개를 찾는 전단지를 붙이고 있다. 그런 광경이 길가다 유기견을 넘어 들개가 된 개들보다 많이 발견되도 좋겠다. 모든 개가 집에 사는 집개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여부와 별개로. 인간이 그래도 잃어버린 것, 함께 했던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다행한 일이니까. 사회 전체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자기 편의적 이유겠지만. 그래도.


며칠 뒤, 목적 없이 쏘다닌 산책길. 연희동의 모든 모퉁이 마다. 전봇대 마다 붙어 있는 갈색 개를 찾는 전단지가 빛을 받아 따스하다. 목줄과 하네스를 착용하거나 구속받는걸 싫어하는 특성이 있어 포획보단 발견 위치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설명에서. 개의 취향을 존중하다 놓쳐 버린 아쉬움이 느껴져 더 많이. 이제 문제는 이것이 개의 자유의지에 의한 가출인지, 실수로 길을 잃고 사라진 것인지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간다. 개를 발견 하였을 때 어떤 행동이 더 바른가에 대해 한층 섬세한 문제가 되었으니. 그걸로 좋다. 그것과 별개로 나는 눈을 부릅뜨고 걸어 다니겠지. 누군가의 애타는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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