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볶음

못 만들어도 내 솜씨

by MONAD

그냥 일반 감자보다 자주감자를 좋아한다.

자주색 감자는 속이 하얗고 단단하다.

연갈색 감자는 때때로 속에 시커먼 부분이 숨어서 존재하는데,

자주색감자에서는 그런 걸 거의 못 봤다. 일단 숨은 게 없어서 좋다.

자주색감자의 크기는 손안에 잡히는 동글동글한 크기인데,

연갈색 감자는 손바닥 두 개를 더한 길이보다 큰 타원형의 길쭉한 감자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보통 연갈색 감자는 크기가 자주감자처럼 손안에 잡히는 크기로 작은 편인데, 여기서 흔히 살 수 있는 연갈색 감자는 두 손을 나란히 펼친 크기와 같은 큰 감자가 더 많다.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커다란 몇 조각의, 아니면 길쭉하게 잘린 감자튀김들은 큰 연갈색 감자이다.


자주색 감자는 어떻게 요리하든 껍질을 꼭 벗기지 않아도 좋다.

싹싹 닦아서 그냥 삶아 그대로 먹어도 식감이 나쁘지 않다.

ㅡ 아마 자주색 꽃이 피었었겠지.

감자볶음을 하려고 자주감자를 씻어서 얇게 채 썰기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다양하지만,

감자꽃을 본 적이 있는 나는 자주감자를 만질 때마다 늘 감자꽃 모양이 떠오른다.


감자 꽃은 무궁화꽃과 호박꽃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꽃 모습 같다. 감자꽃을 직접 만나기는 고구마꽃을 직접 만나기보단 쉽다. 그래도 생각보다 쉽게 꽃을 볼 순 없을 것이다. 감자꽃은 피자마자 아마 부지런한 농부손에 휙 채여 꺾일지도 모른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까닭은 번식 때문인데 감자는 꽃으로 번식하지 않는데 왜 꽃을 피울까?

꽃이 피면 당연히 씨가 맺힌다. 그러나 감자를 씨로 번식하는 일은 더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드니 농부가 좋아하지 않는 방법이다. 그래서 꽃이 피면 씨앗이 맺히기 전에 얼른 꽃을 딴다고 한다. 안 그러면 씨앗을 만드느라 감자알이 더 자라지 않아서 감자수확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감자꽃은 참 슬프겠다.


시간이 많지 않을 때 채칼을 이용한다. 보통은 채칼로 썰지 않고 그냥 얇게 편으로 썰어 천천히 채 써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렇게 하면 채 썬 감자를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볶는 게 좋다. 굵기가 일정하지 않은 감자채는 기름을 충분히 두르지 않는다면 익는데 시간이 오래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적당한 기름의 양이 감자볶음의 맛을 좌우하므로 기름을 적게 사용하는 게 맛있는 감자볶음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가끔 버터를 이용하면 볶는 동안 잘 타지 않고 또 튀지 않아서 좋다. 양념은 소금 마늘 후추면 아주 맛 좋은 감자볶음이 된다.


감자볶음은 아주 맛있는 요리인데 생각보다 그 요리법으로 감자를 먹는 나라는 많지 않다. 차라리 튀긴다.

우리나라 사람만 그렇게 정성 들여 요리하는 요리법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요리법은 향신료보다 요리법 자체가 시간과 공이 많이 필요하다. 찌고 굽고 볶고 데치고 다양한 요리법이 다 있다.


감자볶음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좋아하는 반찬이라서 자주 해 먹는다.

꽈리고추와 고추장 넣은 감자조림보다 더 자주 해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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