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아, 우울은 이런거야.

그냥, 우울해서...

by MONAD


살다보니

나이들어가며,

나는 바르게 선택할 능력이 없어서

우주 속의 기억으로 남을 지라도,

가장 작은 단위로 분해되어 어딘가에 남김없이 흩어지고 싶었다.

쪼매난 나는 옳게 판단하는 일이 너무 어려워서

복잡한 삶속에서 나 자신으로 서 있지못해 흔들거리며,

한없이 흔들거리다가

그렇게 흔들거리다가, 흔들거리다가......

우주의 진동에 공명해서 남김없이 나로 살던 모습이 다 분해되더라도,

나는 그렇게 영원히 사라지고 싶었다.

그러나 소망은 소망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

살다보니 또 하루가 살아진다.

이 인생의 의미가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나의 책에도 없고,

나의 사람에도 없고,

나의 음식에도 없고,

나의 멋부림에도 없구나.


풍류가 곧 도(道)라고 누가 그러더마는...

고민해보니 나는 결국 풍류도 없고

또한 모르면서도

나의 마음은 이미 알고 싶지 않고,

......

나는 이 인생에 이제 고민도 없어지는 구나.

그냥 숨만 쉬고 사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산산히 분해되고 싶은 나를,

영원히 사라지고 싶은 나를,

누군가 알아챌까 봐 조심조심하다가

그냥 이 인생을 찬찬히 살아내고 있는 나를 본다.


누군가 이런 모순(矛盾)의 나를 볼까 봐...

겁내는 내가 어이가 없지만,

나는 여전히 누가 알까 겁내면서

혼자 웃다 울고, 울다 웃어본다.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나는 분해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누군가 알아챌까 봐...

나는 늘 조심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그러면 다 알지.


야! 모순(矛盾), 우울은 이런거야.

너도 그런 적 있어?

나처럼 숨쉬는 것도 힘든 세상을 시시때때로 마주한 적 있어?

너도 말이야, 옛 어른들 배부른 소리라고 혼낼 그런 모습 보이며 지금 겨우 살아가고 있니?

그런데 정작,

이러다가 죽고 싶지 않은 때 죽을 까봐 겁이 나서

나는 또 혼자 '잘못했습니다', 라고 수없이 손모아 기도한다.

누가 알까 봐, 창문닫고 커튼치고 혼자 조심조심......

조심조심,

또 조심.

마음을 들킬까봐

오늘도 나의 가족에게

나의 세상에게

정성을 다해서

<잘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기도하고 기도한다.


얼마나 모순(矛盾)이니?

모순(矛盾), 너 혼자 다 했어.

너 혼자 가득하구나.

너의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서말이야.

내 숨겨진 다른 마음은 저기 쪼르르 눈물흘리며 쳐박혀 있어도 아무도 몰라.

그런데, 모순(矛盾)아, 우울은 이런거야.

우울은 나중엔 너랑 남남이지만, 처음엔 너랑 이처럼 짝꿍이야.


모순(矛盾)아, 우울은 이런거란다.

너랑 붙어있으면 찬찬히 살아가지만,

너랑 떨어지면, 급하게 혼자 넘어지는 게 우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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