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Paris에서 나의 첫 출근이 시작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 약속 된 시간 보다 한 시간 이른 9시에 출근해서 부티끄가 마감하는 8시까지 붙어있었다. 힘들다는 생각은 하나도 들지않았다. 오히려 너무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매일 퇴근할 때 쯤에는 내가 물에 빠진 생쥐마냥 젖어있었다는 것 정도? 도대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을 하길래 그렇게 홀딱 젖어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첫번째 인턴생활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플로리스트로서의 경험을 쌓아왔는데, 퇴근 후에 내가 젖어 있지 않았던 어느 날, 나는 ‘내가 정말 프로페셔널한 플로리스트가 되었구나!’하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첫번째 인턴쉽을 경험했던 부티크는 지하창고까지 있어서 생각보다 더 큰 곳 이었다. 그 곳에는 3명의 직원이 더 있었는데 모두들 친절했다. 나는 그 곳에서 매일매일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아카데믹한 스타일의 부케가 아닌 트렌디한 파리지앵 스타일의 부케를 보았고, 손님을 응대하는 것을 최대한 상세하게 관찰하고 따라 해 보려 노력을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노력한 부분은 꽃을 고르는 것 이었다. 지난 테스트를 겪으면서 꽃을 고르는 것은 플로리스트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일이자, 가장 첫번째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크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테크니컬한 부분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어느정도 응용해서 사용할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꽃을 고르는 것은 많이 보고, 많이 생각 해 보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배울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이었다. 나는 매일 다른 꽃을 섞어 부케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고, 다양한 색감을 사용 해 보면서 매일매일 다른 부케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부티끄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해서 쓸고닦고 곁눈질로 직원들이 만드는 것을 구경하고 주어지는 일에는 정말 나의 최선을 다했다. 처음 해 보는 인턴쉽에 모든 것이 새로워서 어느 것 하나도 재미없는 일이 없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설레는 플로리스트의 일상을 경험하며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던 여느 날과 같은 하루였다. 그 날이 특별히 월급날이어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부티끄의 분위기는 평소보다 더 밝았고, 바깥에는 반짝이는 햇살에 모든 색이 더욱 선명 해 보이던 날 이었다. 사장님은 나를 조용히 부르셨다.
“로즈, 알고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월급날이야. 너는 그저 보게만 해 달라고 들어왔지만, 사실 우리에게 충분히 필요한 일들을 해내주었어. 너는 이 곳에서 분명히 노동을 했으니까 그 댓가를 꼭 받아야해.” 라고 말씀하시며 곱게 접힌 250유로를 내게 건네주었다. 어쩌면 최저수당보다도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그때 내가 받았던 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용기 한 줌 이었던 것 같다.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북돋아 준 진심어린 격려. 사실 그때 받았던 감동과 용기가 지금까지도 내가 플로리스트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에 큰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아쉽게도 사장님은 다음주부터 휴가를 떠나게 되어 부티끄에 나를 케어해 줄 사람이 없으니 이제 그만나와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혹시 다음에 또 이렇게 바쁘실 때가 있으면 제가 또 와서 도와드릴게요”라고 답을 하였다. 그런데 거기에서 뜻 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로즈, 이건 잘 알아야되. 네가 나를 도와주는게 아니야 나는 이미 충분한 직원들이 있고 네가 없어도 사실은 충분해. 내가 너를 도와주는거야”
그 때의 기억이 꽤 인상 깊었는지 아직까지도 그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찌되었든 나는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하는 샘이니 내가 도움을 주는 쪽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듣고보니 정말로 나는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 이었다. 내가 일이라고 생각하며 플로리스트의 삶을 체험할 수 있도록, 또 실전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당시에 그 문장은 내게 어느정도 큰 임팩트를 남겼다. 그때 이후로는 늘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 안에서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않도록 노력을 하게 되었다. 내가 어떤 입장이건 어떤 상황이건,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히 내가 도움을 얻는 부분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을 꼭 찾아내려고 하다보니 늘 배우려는 마음,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덤으로 얻게 되었다. 아쉽게도 그 곳에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가 보지는 못 했지만, 나에게는 정말 돈보다 더 소중한 깨우침을 주었던 소중한 시간을 선물 해 준 곳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