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에 영국에서 네드 러드라는 사람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직물 기계를 파괴했다. 러드의 이름을 따 신기술 반대 운동자를 '러다이트'라고 칭한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존 헨리는 증기 기관에 맞서 철도 위에 섰고 목숨을 잃었지만 기계와의 싸움으로부터 승리했다. 러다이트 운동과 존 헨리의 이야기는 인간이 신기술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21세기가 되었지만 기술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 특히나 요즘은 기술이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자율주행 등 기술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컴퓨터가 일자리를 빼앗고, 특이점이 온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고, 정부나 암흑 조직의 정보 조작으로 의사 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 달려있다. 식칼을 손에 쥔 사람이 사람을 찌를 지 요리를 할 지 결정한다. 식칼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기술은 사람의 통제권 안에 있다. 기술이 주는 두려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술에 의해 대체 당할까하는 두려움, 기술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기술에게 대체 당할까 하는 두려움을 가진 직업이라면 사람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도구로서의 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기계가 대신해도 크게 무리 없는 일이라면 말이다. 사람만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일은 기계가 대체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런 일을 하고 있는지,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치즈가 놓여진 장소가 매일 변하는 미로 속에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생각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변화가 생겼다면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회계사는 컴퓨터에 의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이다. CPA가 꿈이었다면 절망해서는 안된다. 회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는 CPA가 되면 된다.
기술의 발전을 항상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 기술이 악용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러시아는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타겟팅 광고를 이용해 미국 유권자들을 이간질 시키고 선동하는 등 여론 조작을 펼쳤다.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정보 장애(Information disorder) 신드롬의 한 예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해 왠지 모를 두려움을 갖곤 한다.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은 따라가기도 벅찰 뿐더러 미래엔 인류를 집어삼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술의 발전은 통제할 수 없다. 러다이트나 존 헨리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기술이 우리 삶에 끼칠 영향은 통제할 수 있다. 기술을 도구로서 지배하려면 기술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기술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세상은 없었다.
유튜브, 구글 등 기술에 대한 정보는 도처에 널려 있다. 기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도망치지 말고 맞서야 한다. 기술은 알고보면 재밌다. 그리고 유익하다. 필요한 게 있다면 기술을 통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기술은 도구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기 이전에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기술을 누려보자. 공부하다보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해 와있는지 내가 대비해야할 미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전처럼 더 이상은 기술로 인한 미래가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