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포르노
창업을 결심했던 초기.
어떻게 창업을 해야할 지 고민이었던 나는 클래스101에서 창업 관련 강의들을 찾아보았다.
그 중에서 한 강사에게 창업 컨설팅을 신청했고,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인 5만 원에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는 내가 읽었던 창업 책 '프리리치'를 거의 교과서처럼 따라하고 그 안의 내용과 비슷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용어만 자신의 것으로 바꿔서.
그런데도 그저 성공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흐린 눈을 하고 그 강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우습게도, '월 1천만 원을 벌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순진했다.
왜 그랬을까?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의 회원들을 보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꾸며지고 포장된 후기들을 보면서 그에게 상담을 받으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는 1시간 반이 넘게 열렬히 내게 동기부여도 해주고, 어떻게 창업을 해야하는지, 내게 맞는 사업아이템도 설명 해줬다. 그런 점은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마지막에 계약서를 하나 들이밀었는데... 그때 나는 너무 당황해 얼굴이 새빨갛게 화끈거렸다.
'이게 뭐지...?'
라고 생각이 들었다.
계약서를 들고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는 계약서를 들이밀고는 관심 없는 척,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무언가 작업하는 척을 했다.
계약서 내용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단 하나만 뇌리에 박혀있다.
'계약금: 990만 원'
그게 내가 몇 개월 간 이 사람과 컨설팅을 이어나가는 조건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99만 원도 아니고 990만 원. 창업할 때 자본금이 얼마나 중요한데 컨설팅에만 1천만 원을 쓴단 말인가.
사무실 비용, 인건비, 각종 서비스 구독 비용 등등등 몇 십만 원도 소중한데.
한편 기존 회원들은 이미 990만 원을 냈다는 것에 황당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뒤 사무실을 나왔다.
나는 왠지 모르게 마케팅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순간이나마 '이걸 결제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몇 백, 몇 천만 원을 버는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스스로 노력하지 못해 컨설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성공할 생각을 하다니.
돈만 내면 쉽고 빠르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누군가는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돈 낭비처럼 보였다.
왜냐.
그 창업 컨설팅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노력을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컨설턴트의 조언도 있겠지만 창업이란 건 매 순간 생각하고, 용기를 내고, 시행착오를 겪고, 도전해야 한다.
이것도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창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창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창업 컨설턴트들은 사업의 성공을 책임지지 않는다. 사업이 성공하지 않으면 순전히 창업자의 탓이다.
그러면서도 돈은 몇 백, 몇 천을 받아간다.
'한 달 고정 수입이 1천만 원이 될 때까지 책임집니다.'
이것도 아니다.
이게 투자라면, 너무나 불확실한 투자이다.
성공포르노들은 '이대로만 하면 월 천만 원 가능합니다' 이런 소리를 해가면서 사람들을 현혹한다.
혹자는 성공하기도 하겠지만... '창업 컨설팅 받아서 성공했어요!' 이런 사람은 마케팅 후기에서나 밖에 보지 못했다.
반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은 날리게 되는 것이다.
그때 바보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컨설팅을 받으면 더 빨리 성공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외부의 조직이나 사람을 통해 채우는 것은 옳다.
다만 이런 컨설팅의 경우, 내 노력과 의지의 영역을 다른 사람에게 의탁하여 성공을 이루려고 한다는 점에서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
나는 창업을 위해 회사를 관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성공하려면 하나에 집중해야 합니다. 회사를 그만두세요.'
'이렇게만 하면 월 1천만 원 법니다.'
이런 성공포르노에 혹해서 많은 돈을 투자한다거나 회사를 그만둘 작정이라면 말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