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개같이 망해버렸다!
동작구 50플러스 센터의 협조를 얻어 내 사업의 대상인 5060 분들을 만나 뵙고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강의를 시작했다.
5060을 대상으로 한 '노코드로 나만의 웹사이트 만들기' 강의!
1월 16일부터 화요일마다 진행되는 이 강의는 4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
지금은 2주차까지 진행했다.
각 주차마다 원 페이지 랜딩페이지 만들기, 쇼핑몰 사이트 만들기, 예약 사이트 만들기, 나만의 사이트 만들기를 주제로 대차게 시작했던 이 강의는!
1주차에 대차게 말아먹어 버렸다.
오늘 2주차를 하고 왔는데 1주차 수강생의 1/3이 날아갔고 그룹인터뷰는 신청 인원이 매우 적다.
일단 1주차 강의가 실패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1. 실습 강의 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인원을 받아버렸다.
팀장님과 담당 PO님이 도와주셨지만 강의 도중 너무 많은 도움 요청이 있어서 1주차 강의 진도를 다 나가기가 불가능했다. 슬라이드가 55장이었는데 20장 밖에 진도 못 나갔다. 최대한 많은 분들을 인터뷰 해야했기에 수강 인원 또한 많이 받게 된 것인데, 욕심 내지 말고 10명~15명 이내로 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그리고 30여명 정도 되는 인원이라 할 지라도 같은 시간 내 페이지에 동시접속하다 보니 403에러가 떴는데, 처음에는 아임웹에서 오류가 난 줄 알았다. 알고보니 트래픽 제한이 걸려있었던 것이었다. 같은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분들이 403에러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 트래픽 제한 문제는 직접 아임웹에 문의하여 해소하였고(캄사해요, 아임웹!) + 50플러스 센터 측에서도 공유기를 한 대 더 마련해주셔서 해결하였다.(사랑훼요, 50플러스 센터!)
2. 5060에게 어려운 인증, 가입을 강의 시간에 하게 함으로써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다.
이 부분은 내가 5060분들을 잘 몰랐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생각보다 인증, 가입하는 것, 또는 검색(ex. 네이버카페 검색)하는 것을 어려워 하신다.
네이버 카페 가입, 아임웹 가입, 핸드폰 본인 인증, 관리자 페이지 인증 등등... 여기서 시간이 너무 많이 소비 되었다. 미리 가입해올 것을 부탁드렸다면 좀 더 나았을 것 같다.
3. 진도가 너무 느리거나 진도가 너무 빨랐다.
1주차에 진도가 너무 느렸어서, 2주차는 중간중간 봐드리는 것을 생략하고 진도를 빨리빨리 나갔다. 2주차 강의가 끝나고 많은 분들이 따라가는 게 버거워서 힘들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1주차 강의 때 나오셨던 1/3은 진도를 따라가는 게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가 어느 장단으로 강의를 진행해야 할 지 어려웠다.
수강생마다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편차도 있어서 누군가는 진도가 느리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진도가 느리더라도 확실히 익히고 넘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내가 1주차에는 너무 느리게, 2주차에는 너무 빠르게 진행하면서 강의가 일관성 없게 진행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일단은 진도가 느리더라도 꼼꼼히 짚고 넘어가자는 보이스는 있었어도 진도가 너무 느리다는 보이스는 없었어서 수강생 분들 말씀대로 잘 따라오고 계신지 확인하면서 강의를 진행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1주차 강의는 엉망진창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짱구의 하루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강의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그룹 인터뷰를 강제하기가 사실상 어려웠다.
무료 강의가 조건인 대신에 그룹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었음에도.
오픈채팅방 인원이 대략 30여명 정도 되어서 5명씩 나눠 5~6차 정도 그룹인터뷰 일정을 올렸는데 참석 인원이 1~3명 밖에 되지 않았다. 다 합치면 5명.
이럴 거면 그냥 당근에서 5천 원 주고 1시간 고객인터뷰하는 게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사실 요것도 이미 함 ㅎㅎ)
수강생 분들 인터뷰 일정도 맞추기 어려웠다.
그리고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건 '5060분들을 위한 사업이다'라는 좋은 취지 뿐이었다.
이런 취지를 좋게 봐주셔서 인터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은 참여하시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관심이 없거나 귀찮아서일 것이다.
여기서 하나 또 배운 것은...
사업은 좋은 취지 하나 가지고는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내 프로젝트를 너무 낙관적으로 봤던 것 같다.
'5060분들을 위한 사업이니 당연히 좋아해주시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효율성을 많이 따지는 편인데, 사실 이번 경험은 효율성이 낮았다.
그럼 이 강의는 실패일까?
아직은 모르겠다.
효율성 면에서는 실패라고 봐도 사업이라는 건 물로 칼베기처럼 쉽게 정답이 나뉘어지지 않는 거니까.
내가 생각한 페르소나와 딱 맞는 30여명의 고객 분들을 만나는 기회도 되었고, 강의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실망을 줬을 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줬을 수도 있다. 또, 50플러스 센터와 처음으로 협업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팀장님, 이번이 마지막은 아니겠죠? 그쵸?).
지금은 영상마다 몇십, 몇백만 조회수가 나오는 법륜스님의 정토회도 사실 1명의 청자로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내 사업의 미약한 시작이고, 실수 투성이지만 발전하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사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엄마와 전화를 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엄마, 나 아무래도 강의에 소질 없나 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 하나씩 하면서 배워가다보면 되는 거지."
전화를 하기 위해 밖으로 꺼낸 손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날씨였지만.
엄마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사랑해요'라는 말로 전화를 끝맺고, 조각조각 부서져버린 멘탈을 하나하나 다시 붙였다.
앞으로 몇 번을 계속 더 실패하겠지만 다시 일어나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