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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언니 Jun 05. 2021

큰딸과 둘만의 모녀 여행

제주도 그 푸른 빛!

큰 아이는 나에게 늘 큰 의미였다.


 나에게 처음으로 엄마라는 이름을 선사해준 아이였고

무한한 인내심과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하게 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밝고 친절한 성품이 타고난 아이였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책을 좋아했다. 3-4살무렵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나란히 앉아 책을 읽었는데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하던지. 벌써 엄마와 나란히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운동을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체육을 좋아했다. 어려서부터 계단이든 책꽂이든 기어오르는 것을 좋아했다.


식성도 좋은 편이었다. 이제 커서 갑각류나 일부 과일(수박, 포도, 망고 같이 물컹한 식감의 과일)을 안 먹지만 대체적으로 식성이 좋아 먹이기 수월했다.


동생을 보고 나서 자신감이 좀 떨어지고 힘들어 하기도 했다. 동생 본 이후부터 중국에서 지냈던 한 4-5년 기간 큰 아이와 나 둘다 힘들었다. 아이 둘을 낳고 학교에서 교사 자리를 제안하는데도 거절하고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자니 불안했다.


언제 이 두녀석을 다 키우고 내 일을 할 수 있을까 막막했다. 게다가 같은 단지에 사는 부모님은 점점 더 연로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치매 비슷한 증상도 시작되었다. 형제들은 지방에 살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과 친정부모를 돌보며 진로에 대해 궁리를 하고 있자니 늘 어깨가 무거웠다.


그래서 가끔 하루 종일 큰 딸이 손을 안 씻거나 집을 어지르면 평소보다 날카롭게 화를 낸 거 같다. 미안해 큰 딸.. 용서해주라. 앞으로는 안그럴게

우리 딸은 이제 벗은 몸을 엄마에게도 잘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와 뽀뽀하는 것도 좋아하고 수다도 잘 떤다.


우리딸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한 여성으로 자라길. 타고난 품성대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돕기도 잘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너그럽고 잘 대하길 기도한다.


제주도에 와보니 딸과 둘이 하는 여행이 참 좋다. 나중에 우리 둘다 좋아하는 도시인 상하이에 둘이 같이 여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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